유럽연합(EU) 차원의 무기 수출 제재를 촉구하며 프랑스에 대해서는 상륙함 수출 포기까지 영국이 종용해 온 터라 따가운 여론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제재 조치에도 러시아와 1억3천200만 파운드(약 2천300억원) 규모의 무기수출 거래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원 무기수출통제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허용한 러시아 무기 수출면허가 251건에 이르며 이를 통해 저격용 총기와 야간투시경 등이 공급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영국의 대러 무기수출이 전년도 8천600만 파운드에서 52%나 급증했다며 정부의 무기수출 허가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160만 파운드 규모 소화기 탄약과 각종 총기류를 비롯해 7천400만 파운드짜리 암호화 장비도 러시아에 넘어갔다고 공개했다.
영국 산업부는 지난해 러시아에 미사일 부품과 발사 기술을 포함한 군사장비를 수출하는 5년짜리 계약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러시아 제재로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위험이 있는 군사장비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한 영국 정부의 발표는 결국 말 뿐인 셈이다.
보수당 소속 존 스탠리 위원장은 "국민 대다수는 영국이 러시아에 다량의 무기를 수출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며 "당분간 러시아 무기 수출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캐머런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조치를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무기금수 운동가 앤드루 스미스는 "무기수출에는 군사적 지원을 넘어 러시아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할 위험성이 담겨 있다"고 우려했다.
12억 유로(약 1조6천600억원) 규모의 상륙함 수출 포기 압력을 받았던 프랑스의 집권 사회당은 이런 소식에 "캐머런 총리의 위선이 드러났다"며 반격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프랑스의 상륙함 수출 계획에 대해 "영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해 프랑스를 자극한 바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에 맞서 "상륙함 인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수출 강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프랑스는 2011년 미스트랄급 상륙함 두 척을 러시아에 판매키로 했으나 여객기 피격으로 서방 국가들로부터 중단 압력에 시달렸다.
EU 외무장관들은 전날 여객기 피격사건과 관련 러시아 제재 대상자 확대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무기수출 금지 등 강도 높은 추가 조치에는 합의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