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월가 '밀월관계' 이어질까

미국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 금융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주목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월가는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바닥을 찍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틀어졌지만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서만은 '희망'을 거는 분위기고, 클린턴 전 장관도 줄곧 월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좌우 양 진영의 포퓰리즘이 극에 달할 차기 대선 국면에서도 이렇게 '밀월관계'로 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월가는 그동안 클린전 전 장관에게 공을 들여 왔다.


월가는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냈던 클린턴 전 장관의 진영에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많은 돈을 몰아줘 두 번째 기부자가 됐다.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후, 클린턴 전 장관은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강연에 나섰고, 실제 금융산업을 비난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한 적도 있다.

클린턴가(家)만큼 월가와 친밀한 정치 가문도 없다고 NYT는 분석했다.

클린턴재단은 금융기관이나 대형 은행이 출연한 재단으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모금했을 뿐 아니라, 월가의 '거물'들과도 교류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의 해밀턴 제임스 회장과 외부행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는가 하면, 억만장자인 데이비드 코흐와 한 자선행사에서 어울리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 "거대 금융기관을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세금, 금융규제, 성장의 문제에서 가장 덜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마이클 럭스는 다음 대선이 있을 2016년에는 포퓰리즘이 등장할 것이라면서 "월가와 가깝고 그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모금을 하면서 '모두가 하나'라는 메시지를 들고나온다면 엄청난 실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돈의 문제'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는 불분명하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선자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사회적 계층이동 등 유연성의 문제, 금융규제, 세금문제가 이슈화됐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세금없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의회가 검토에 들어가거나, 고액 과세를 피하려는 사모펀드 매니저들을 겨냥해 세제상의 허점을 보완하거나, 원자재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문제가 당장 몇 년 안에 논의될 것으로 보여 클린턴 전 장관의 입장이 주목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때문에 이 신문은 월가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곤란한 포옹'을 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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