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여당이 등을 돌리면서 청와대도 고개를 젓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 요구서 재가를 귀국 이후로 미뤘다. 이미 두 차례나 연기했던 사안이다. 그것도 재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귀국해서 재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자가 버티는 게 눈치가 없어서인지 억울해서인지 미련이 남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알아서 그만둬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참극은 문창극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청와대와 내각 인사 전체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였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에 연구비 가로채기 의혹이 제기됐고,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규정해 반발을 사고 있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중복게재 의심을 사고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과거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직접 연루된 인물이다. 정성근 문화부장관 후보자와 김영한 민정수석도 음주 측정 문제와 음주 폭행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역시 논문표절에 대학 총장 재직 때의 불법수당문제가 불거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며 발탁한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런 상황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체 인사 검증시스템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이 모든 인사의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오직 내 사람만 쓰겠다는 오만과 여론에 귀 막은 독선이 낳은 결과다. 당연히 청와대가 먼저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