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병력을 보내 ISIL과 싸우는가 하면 이라크 정권 유지라는 공통 목적을 위해 오랜 숙적인 미국과도 한 배를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라크와 이란의 집권세력은 모두 수니파에 맞서는 시아파다. 종교분파와 외교관계에 따라 중동 주변국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복수의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이란 정예부대 '쿠드스'(Quds)의 카셈 술라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군을 돕고 있다고 AP통신에 16일(현지시간) 확인했다.
술라이마니 사령관은 현재 이라크군·시아파 민병대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이라크군과 ISIL 격퇴 전략을 짜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란은 이와 함께 1만 명 규모의 쿠드스 2개 여단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중 일부는 이미 전선에서 ISIL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드스는 그간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도와 시리아 수니파 반군에 맞서면서 시리아 정권을 유지시키는 데 일조했다.
AP 통신은 "술라이마니 소장과 쿠드스의 개입은 이란이 시리아에서 했던 것(정권 방어)과 같은 역할을 이라크에서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앞서 14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테러 집단을 응징하고자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미국과의 협력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란 핵협상이 재개된 16일 이라크 문제를 놓고 이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화답했다.
이렇게 이슬람 시아파 세력이 극단 수니파 세력에 맞서 응집하고 미국 역시 움직일 태세를 보이자 중동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반응에 나섰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내각회의를 열고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를 억압하는 종파정책을 편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비난했다.
사우디 정부는 또 이라크 사태에 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면서 이라크가 모든 종파를 아우르는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라크 서부와 맞닿아 있는 수니파 집권 요르단도 사태가 번질 것을 우려하며 180㎞에 달하는 이라크와의 국경의 방어 태세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최우방국인 미국이 자국의 '원수'와 다름없는 이란과 한 배에 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미국과 이란의 공조가 중동의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인 이란 핵 문제에서 미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