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12일 밤(현지시간) 이라크 정부군이 포기하고 도주한 (바그다드 동부) 디얄라주의 사디야, 자라우라 등 2개 도시로 진격해 이 지역 일부를 장악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이 전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13일 오전 바쿠바로 진격하는 ISIL 대원과 무크다디야 외곽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디얄라주의 주도인 바쿠바는 바그다드에서 동북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다.
ISIL은 지난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한 데 이어 11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까지 수중에 넣으며 남진을 계속하고 있다.
ISIL은 바그다드 북쪽으로는 90㎞ 떨어진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격했다. ISIL은 이미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 지역의 30%를 장악했다.
이라크에 거점을 둔 ISIL은 이라크는 물론이고 시리아를 중심으로 레바논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 지중해 동부 연안에 이르는 광활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1만 2천명의 전투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놓고 다투던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장악했다.
쿠르드군은 ISIL이 장악한 동부 디얄라주 자라우라와 사디야 마을에도 병력을 배치하는 등 쿠르드 자치지역을 벗어난 지역의 분쟁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쿠르드 족은 현재 이라크 북동부인 다후크와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등 3개 주에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디얄라주는 술라이마니야주와 접경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Quds)의 2개 대대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IL이 장악했던 살라딘주의 주도(州都)인 티크리트 지역의 85%를 되찾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WSJ는 “이들 이란 병력은 오래전부터 이라크에 배치돼 수도 바그다드와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 및 카르발라 방어 임무를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은 또 이라크와의 국경지역에도 별도로 병력을 배치하고 ISIL이 100㎞ 반경에 접근할 경우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전세가 이라크 정부군 쪽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시리아에 배치된 이란 병력을 이라크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는 1980년부터 8년간 전쟁을 벌인 앙숙이지만 현재 양국 모두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시리아 역시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이라크의 분할 가능성을 짚고 나섰다.
AP통신은 “이라크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지역으로 분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고, 로이터통신은 “ISIL의 갑작스러운 진격이 이라크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으며 어쩌면 중동 전체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는 분명히 위급 상황”이라며 “국가안보팀이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드론) 공습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은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행동을 할 준비도 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상군 투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라크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지상군을 보내는 것이 검토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