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IQ로만 사형집행 여부 결정해선 안돼"

5대4 판결로 플로리다주법 위헌 결정…"IQ 70 경계 땐 종합적 판단해야"

미국 연방 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지능지수(IQ) 테스트만으로 지적 장애 여부를 판단해 사형 집행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IQ 70 등을 기준으로 사형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플로리다 등 일부 주(州)의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결정으로, 사형수의 지적 장애 수준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날 찬성 5명, 반대 4명의 표결로 IQ 테스트만을 근거로 70 미만인 사형수에 대해서만 사형 집행을 면제하는 플로리다 주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의견문에서 IQ 테스트는 오차범위가 있기 때문에 그 경계에 있는 사형수로 하여금 지적 장애와 관련한 다른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IQ 70이 통상적으로 지적 장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기는 하지만,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75 정도까지도 지적 장애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소수의견문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와 국민의 기준이지, 기껏해야 소수 엘리트의 관점을 대변하는 전문가 집단의 기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02년 지적 장애인에 대한 사형 집행을 금지하도록 했으나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주 정부와 교정 당국이 재소자들의 정신 이상 또는 정신 지체 여부를 판단할 재량권과 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켄터키, 버지니아, 앨라배마, 애리조나, 델라웨어, 캔자스, 노스캐롤라이나, 워싱턴주가 유사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플로리다 사형수 프레디 리 홀(68)이 제기한 것이다.

IQ 검사에서 71을 받은 그는 1978년 21세의 임신부를 강간·살해하고 보안관보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36년째 복역 중이다.

홀은 IQ 70 이상부터 '지적 장애가 없다'고 규정한 플로리다 기준이 너무 엄격한데다 완벽한 잣대가 아닌 IQ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며 자신의 패소를 결정한 항소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기소될 당시 홀의 IQ는 71이었으나 1968∼2008년 9차례 받은 테스트에서는 최저 60대에서 최고 80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69∼74로 측정됐다.

홀의 변호인은 또 정신과 의사를 비롯한 여러 의사의 소견을 토대로 홀이 유년시절부터 정신 지체를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