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난 2014년 5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 갤럽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46%로 세월호 침몰 직전보다 13%p나 빠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률이 41%로 최고치를 기록, 지난해 12월 세째주의 41%와 동률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정부에선 문제점들을 찾아내서 바로잡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과 관련사항을 상세하게 국민들에게 밝힐 것"이라면서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지속해 나가기 위해 조속한 사고 수습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교주적 통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통령이 구름위에 있으면서 교주처럼 하명을 하니 내각이 받아적기나 하고 창의력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은 검찰을 완전히 시녀화 했고, 언론도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해서 국가의 생동력이 어디로 갔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냈던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지난 8일 호남미래포럼이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는 완벽하지만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성향에 맞는 인사만 추천하는 시스템이 큰 문제"라면서 "검증안된 사람들이 너무 쉽게 관직에 올라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쓴소리는 아직 청와대에 전달되고 있지 않고 있다. 도대체가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날 열린 긴급민생대책회의는 '긴급'이라는 말이 진짜 필요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그토록 비판받는 장관들의 받아적기 경연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날 오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기자들은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에 나섰다는 한 보도에 대해 물어봤다. 하지만 민 대변인은 자신도 교육비서관과 통화가 안돼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다. 교육비서관은 기자들의 전화도 안받은 채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나중에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만 보냈다.
그런가하면 공직기강 비서관에 모 변호사가 임명됐다는 한 언론보도에 대해 민 대변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알쏭달쏭한 답변만 했다. 민정수석실에 물어봤지만 "그런일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가 완전 오보인지 아니면 내정만 된 상태에서 임명만 안됐다는 것인지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청와대가 언론과 접촉을 기피하고, 청와대와 언론을 잇는 가교인 대변인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것은 해서는 안될 말이 보도됨으로써 대통령에게 누가 돼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겠지만, 이 부분에서 남재희 전 장관의 충고가 청와대의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지 새삼 깨닫게 한다.
근본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온다.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교수는 "박 대통령은 열심히 하고, 소신껏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에 영향력을 못미치고 있다"면서 "사회가 복잡해지고 정부가 복잡해졌는데 혼자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탕평인사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을 등용하고, 정부와 사회가 힘을 합쳐서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면서 세월호 사태를 이념적으로 몰아가거나 안보문제를 부각해 이 국면을 넘어가려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