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월호 대처 실패하더니 민심 대응도 낙제점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초동대처 실패와 위기대응시스템 부작동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청와대마저 성난 민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우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지난 16일 오전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후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못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재난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나선 부분이다.

재난대응 시스템상으로만 보면 청와대가 정점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 수준의 사고에서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한 듯한 청와대의 모습은 현장에서는 우왕좌왕하고 위에서는 책임회피에 정신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7일의 정홍원 총리 사퇴의사 표명과 6시간 뒤 박 대통령의 '선 수습 후 수리' 입장 발표도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정 총리의 기자회견--> 박 대통령의 심사숙고 --> '선 수습 후 수리' 방침 발표는 흐름상으로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청와대와 총리실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이 확인됨으로 해서 '짜고 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전 교감의 결과도 대실패였다.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분출하는 분노를 정 총리 사퇴 카드로 막으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힘빠진 총리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한다는 대통령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청와대가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것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참모들이 대통령 리더십에 도움이 안되는 보좌를 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고 이후 닷새만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방적인 분노를 표출한 것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유감 표명이나 사과없이 '사법처리', '살인과 같은 행태' 등의 화를 쏟아낸 것이 특유의 '내려다 보는' 제 3자의 위치에서 감놔라 배놔라 한 모양새로 비쳐진 것이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검경합동수사팀이 선원과 이른바 해피아, 유병헌 전 세모회장 일가를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돌리려는 화풀이 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총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제는 청와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에 대한 뾰족한 해법없이 납작 엎드린 모양새만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하야 관련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데도 속절없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여론은 2008년 광우병 촛불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그 때도 먹는 문제이긴 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실존적인 문제에 직면해 정부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겉만 번드르한 허울좋은 G20국가였음이 드러났다.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파일이 없는 상태에서 말만 갖고 안된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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