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된 ''이재용 불법 재산 조성'' 문건은 어떤 것?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12일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과 함께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의 주식 매매 내역과 관련된 문건을 공개했다.

사제단 김인국 총무는 "이 문건은 이재용 전무의 불법 재산조성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라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지난 2000년 경에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에서 근무할 당시 입수해 최근 사제단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JY(재용의 영문 이니셜)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이란 제목의 이문건은 A4 4쪽으로 돼 있으며 지난 94년 10월 11일부터 99년 4월 3일까지 약 4년 6개월동안 이재용 전무의 주식 취득과 처분 내역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건에는 이재용 전무가 이 기간동안 에스원과 에버랜드, 제일기획,서울통신,삼성SDS,SECL(일본 국제 엔지니어링 소유회사)등 4개 회사의 주식과 CB(전환사채)를 유무상 증자, 실권주 인수, CB매입등의 방법으로 취득했으며 이중 에버랜드와 삼성SDS, 서울통신의 주식인수 대금을 기존에 취득한 에스원의 주식 매각대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적혀있다.

에스원 주식은 96년 8월7일과 11월13일, 11월 14일, 11월 19일등 네차례에 걸쳐 8만주가 1주당 19만원에서 30만원에 각각 매각됐으며 총 매각대금은 약 118억 6300만원으로 돼있다.

또 서울통신과 에버랜드, 삼성SDS 주식 인수대금은 약 107억8300만원으로 에스원 주식 매각대금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문건 자체만으로는 이재용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에 불법이 있는지 알수가 없다.

사제단은 이와 관련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자세한 설명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문건에는 이재용 전무의 주식 취득 내역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며 "삼성 내부가 아니면 알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삼성 구조본에서 작성한 것으로 유추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재용 전무가 이문건에 기록된 대로 주식을 사고 팔 당시 유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직접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국 삼성 구조본에서 기획하고 도와주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어 "문건에는 삼성의 임원들이 실권한 주식을 이재용 전무가 인수한 것으로 돼있는데 임원들의 의 실명주식이라면 실권할 이유가 없다"면서 "임원 명의의 주식은 100% 차명으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사제단의 문건 공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 부인했다.

삼성은 이 문건이 작성된 시점과 작성 주체, 작성 목적을 들어 사제단(김용철 변호사측)의 주장이 허구라고 반박했다.


삼성 전략기획실 법무팀 엄대현 상무는 "이 문건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기소를 앞둔 2003년 10월경 그동안의 수사내용을 정리한 변론자료"이며 "검찰의 수사기록에도 첨부돼 있고 시민단체의 고발장에도 들어있는 내용이다"고 주장했다.

엄 상무는 자신이 직접 이 문건을 작성했으며 "김용철 변호사는 문건이 완성되기전 초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엄 상무는 작성시기가 최소한 2003년 10월 이후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문건 2페이지 중간에 제일기획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세계, 물산, 모직 등은 배당도 많이 되고, 상장 가능성이 높아 인수하였다고 기 진술''이라고 기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수사과정에서 주주회사 실무자들이 제일기획 유상증자와 관련하여 조사받은 시기는 신세계 2003년9월 30일, 삼성물산 2003년 9월 29일, 제일모직 2003년 9월 30일이기 때문에 이들의 진술내용이 확인된 후인 2003년 10월에 작성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공개한 문건은 삼성 법무팀 소속 변호사가 변론활동 과정에서 사후에 작성한 변론자료이기 때문에 "이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이 비자금과 불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자금의 흐름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오히려 이번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측(본인 및 사제단)은 아직 반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의 주장이 구체적인 정황을 담고 있어 김용철 변호사측의 논리를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 김용철 변호사측의 대응 방식에 어설픈 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날 문건을 공개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문건의 의미(불법성 여부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김상조 소장에게 그 역할을 넘겼다.

김상조 소장 역시 문건의 내용과 불법성 여부에 대한 설명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기자의 개별적인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주장을 폈다.

결국 문건만 공개되고 이 문건이 이재용 전무의 재산 형성과 관련해 어떤 불법성을 입증하고 있는지에 대한 책임있는 주장과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이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경우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하는지도 명확하지 않게됐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