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저PBR 테마'로 전락…소외된 성장주, 돈줄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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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1 미만 종목만 주목한 시장, 금융 23% 오를 때 바이오 4% 하락
"밸류업, 정부 정책 방향과 다르게 '저PBR 테마주' 돼"…회전율도 역전
기관, 코스피 1.7조 순매도하며 금융주는 순매수…"바이오 특히 어려워"
내달 2일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공개…5월 중 확정 후 자율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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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테마 투자로 전락하며 성장주가 소외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처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예고한 1월 17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코스피는 6.36% 상승했다.
 
정부 발표에 힘입어 가치주의 대표격인 금융(코스피200 금융)은 23.15% 올라 코스피 상승률을 상회했다. 반면 성장주로 꼽히는 바이오(코스피200 헬스케어)는 4.57% 하락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PER(주가이익비율) 등 주요 투자지표가 저평가 상태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배당성향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가치주는 안정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PBR과 PER 등 투자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성장주는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손실이 나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우선하는 게 보통이다. 테슬라의 PER이 한 때 1천에 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우리 주식시장은 'PBR이 1 미만'인 저평가 기업에 밸류업의 방점을 찍었다. PBR 1 미만은 회사의 장부상 가치가 현재 기업의 가치인 시가총액보다 큰 상황으로 저평가를 뜻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같은 기업 평가 방법은 퀀트투자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퀀트투자는 수학과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해 저평가 종목을 발굴한다. 예를 들면 PBR 1 미만인 기업 중 PER이 낮은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다.
 
정부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시기를 각각 올해 3분기와 4분기로 계획하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지만, 시장은 저PBR 종목에 대한 단타(단기매매)용 테마성 호재로 받아들인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주주환원과 투자자 보호 등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다르게 주식시장이 유독 저PBR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나쁘다기보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선행하는 섹터로 이해할 수 있지만, (테마성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회전율 기준으로 1월에는 바이오가 8.52%로 금융 5.04%보다 높았지만, 2월 들어 금융이 9.05%로 바이오(4.68%)를 역전했다. 이어 3월(바이오 5.73%‧금융 8.69%)과 4월(바이오 3.34%‧금융 4.62%)도 추세가 이어졌다.
 
투자자별 거래금액을 보면 가치주에 대한 투자 집중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기관은 1월 17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코스피 전체에서 1조 6856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금융에서 시총 1~3위인 △KB금융(941억 원) △신한지주(5296억 원) △삼성생명(2332억 원) 등을 모두 순매수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기관은 바이오에서 시총 1~3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1814억 원) △셀트리온(2085억 원) △SK바이오팜(-938억 원) 등 대체로 순매도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성장주가 시장에서 소외돼 일부는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PBR 종목만 주목받으면서 바이오 등 소외된 업종의 기업은 돈줄이 마르면서 시설 등 투자에 애먹고 있다"면서 "진짜 밸류업을 하려면 가치주와 성장주가 균형 있게 투자받을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바이오는 시장의 바람을 많이 타는 섹터"라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전체 채권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유상증자 등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최근 시장에 AI(인공지능)와 밸류업이 바람을 타면서 소외된 바이오가 특히 어려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2일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최종 의견수렴 절차에 나선다. 이후 오는 5월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준비되는 기업부터 자율공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자율공시로 목표에 달성하지 못해도 공시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밸류업 프로그램 활성화로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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