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일본 주간지 주간신조(週刊新潮)가 '와타나베 대표의 요청에 따라 8억 엔(약 84억원)을 빌려줬다'는 화장품 대기업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吉田嘉明) 회장의 수기를 최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주간신조를 인용해 와타나베 대표가 2010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6월에 3억엔,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 직전인 같은 해 11월에 5억 엔을 계좌로 받았다고 전하며 관심을 보였다.
와타나베 대표는 2012년 12월 중의원에 재산 신고를 하면서 차입금이 2억5천만 엔 남았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주간 신조의 기사로 변제 후 남은 실제 차입금이 5억5천만 엔에 달한다는 요시다 회장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와타나베 대표가 정치자금 사용 내용을 조작해 신고했다는 의혹이 확산했다.
와타나베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억 엔을 빌린 사실을 인정하되 "순전히 개인으로서 빌린 것이라.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비, 교제비, 여비 등 정치자금을 사용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지출이 있다"며 선거 비용이나 정치자금으로 쓴 것이 아니고 신고 금액 차이는 사무적인 실수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돈이 정치자금이 아니라고 주장해 정치자금규정법이나 공직선거법 적용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돈을 빌려준 요시다 회장이 선거 자금으로 빌려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료법인으로부터 5천만 엔을 불법수수한 의혹에 휩싸인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전 도쿄도(東京都) 지사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노세 전 지사는 개인적인 차용금이라고 주장했지만, 돈을 받은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작년 말 결국 떠밀리듯 사퇴했다.
오하타 아키히로(大전<白밑에田>章宏) 민주당 간사장은 "도지사 건도 있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조회장은 "확실히 설명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8억 엔이나 되는 돈이 개인용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본 언론도 와타나베 대표의 해명에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전부터 다함께당은 와타나베 대표의 개인 상점이라고 지적받아 왔다"고 비평했다.
이어 "이번에는 와다나베 대표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당의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냐"라고 당의 존재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5억 엔을 빌릴 때는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앞서 3억 엔을 빌릴 당시의 계약에 준용해 이자를 냈다는 와타나베 대표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성향의 요미우리(讀賣)신문도 "8억 엔이나 되는 돈을 도대체 어디에 쓴다는 것이냐. 공당의 당수로서 국민의 의문에 답해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노세 전 지사의 불상사와 닮은 구도"라고 평했다.
와타나베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지만, 차용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자금 규모가 이노세 전 지사의 10배가 넘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1차 아베 내각 때 각료를 지내기도 한 와타나베 대표는 최근 집단자위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아베 총리의 주요 정책에 관해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도 "책임야당인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대표와 정책 협의를 하고 싶다"며 협력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파문의 처리 과정이 자민당과의 정책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