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화·주식·채권, 제재에도 동반 회복세

월가 "크림 합병 아닌 독립으로 절충될 것…제재는 정치적 메시지"

러시아의 통화, 주식 및 채권이 17일(이하 현지시간) 크림 사태로 말미암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 확대에도 동반 회복세를 보인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도한 악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시장 판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루블화는 이날 오후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유로 바스켓 기준으로 가치가 전날보다 0.4% 상승해 42.8794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바스켓에 대한 루블 가치는 전날 기록적 수준으로 떨어졌다.

루블은 달러에 대해서는 17일 가치가 0.4% 상승해 36.46을, 유로에 대해서는 50.7905로 0.3% 뛴 것으로 분석됐다.

루블화는 올 들어 달러에 대한 가치가 9.9% 주저앉았다.

이달 들어서만 13% 하락했던 모스크바 증시 지수도 이날 1.5% 상승해 1,256.22를 기록했다.

2027년 만기 루블화 국채도 수익률이 20베이시스포인트(1bp=0.01%) 하락해 9.51%를 기록했다. 이 수익률은 지난주 기록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BCS 파이낸셜 그룹의 모스크바 소재 드미트리 도로피예프 전략가는 "(크림 반도가 우크라이나) 연방에서 이탈하는 것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면서 따라서 "더 가혹한 제재는 가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켓워치도 제재의 실질적 강도가 약하다면서 따라서 러시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경제가 아닌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푸틴이 실제로 겨냥하는 것은 크림 반도만이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등이 러시아로 전이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포석도 깔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GB(옛소련 비밀경찰) 출신인 푸틴이 '브레즈네프 독트린' 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브레즈네프 독트린은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옛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68년 체코를 침공하면서 명분으로 내걸었던 것으로, 사회주의 공동체 전체의 이익 수호를 위해 무력 침공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브레즈네프 독트린은 이 때문에 '제한 주권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FT는 푸틴이 크림 사태에 '적정 수준의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도 가미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모두가 잃는 선택인 합병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경제가 이미 어려운 점도 블룸버그는 상기시켰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크림 사태로 말미암은 루블화 폭락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3일 금리를 7%로 1.5%포인트 전격 인상했음을 지적했다.

또 안드레이 클레파치 러시아 경제차관이 지난달 자본 이탈이 늘어날 것임을 우려하면서 현 1분기에 3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고한 점도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기간에 빠져나간 630억 달러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러시아가 올 2분기와 3분기에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왔다.

모스크바 소재 VTB 캐피털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우려하면서 올해 성장이 애초 예상했던 1.3%에서 제로로 대폭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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