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버뮤다 삼각지대와의 연관성 등 근거없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야당 의원 모하마드 니자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베트남 해상에 버뮤다 삼각지대가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어떤 교신장치도 통하지 않는다”며 이른바 ‘버뮤다 삼각지대’의 존재를 주장했다.
이처럼 항공기 실종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 CNN은 10일 이번 사고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 테러범의 폭탄 테러 가능성
테러감시 목록에 올라 있는 누군가가 탑승해 항공기를 폭파시켰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실된 여권이 반드시 항공기가 실제 목표물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신에 따르면, 위조여권 사용자 2명은 밀입국을 노린 이란인으로 테러와 무관한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불법 이민 등을 목적으로) 전 세계의 여행자에 의해 분실 여권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 현재까지는 항공기 잔해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것이 폭탄에 의한 폭발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궤도위성을 통해 얻은 자료들이 폭발로 인한 섬광이나 적외선 열신호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을까? 수년간 미 공군에서 인공위성 궤도상의 우주 쓰레기를 추적해온 위성 전문가인 브라이언 위든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수십개의 정부 및 민간 위성들이 300~1,500km 상공에서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데, 이들 중 하나가 폭발하는 섬광을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위치(상공)에서 포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항공기는 3만5천 피트(10km) 고도로 운항한다.
위든은 하지만 희박하긴 해도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지상 2만2천마일 상공을 도는 미국 정부 위성이 증거를 포착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 위성들은 정지궤도위성인데, 집단적으로 지구 전체를 관측할 수 있다. 그는 “우리는 이들의 임무가 열을 통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다만, 정지궤도위성이 폭탄 폭발과 같은 것까지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기가 사라지기 전에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르로 회항하려 했다는 레이더 데이터가 있다. 이것이 항공기 납치범이 항공기의 항로변경을 명령한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승무원들이 하이재킹이 일어났다는 어떠한 신호를 보냈다는 보고가 없다.
3. 항공기의 기계적인 결함 가능성
잔해가 흩어진 현장(debris field)이 없다는 것은, 기장이 바다에 비상착륙(ditch)했는데, 난파되지 않고 물에 착륙해서 해저(海底)로 가라앉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약 그렇다면 ‘비상신호가 왜 없었나’하는 의문이 든다. 보잉 항공기는 ‘허드슨 강의 기적’과 같은 조치를 수행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1월 승객과 승무원 등 154명을 태운 US항공 소속 여객기가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했으나 탑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전 보잉 777 항공기 기장인 케이쓰 울징거는 “보잉 항공기들은 양쪽의 엔진이 꺼져도 100마일 이상을 활공해서 동체착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기가 활공하는 동안 기장이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항공 최고경영자(CEO) 아흐마드 자우하리 야흐야는 “문제의 항공기는 지난 2012년에 날개 끝이 부러졌지만 모두 수리돼 이후에 안전하게 비행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잉 777은 항공기 개발과정에서 민간항공 역사상 가장 엄격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만큼 가장 믿을 만한 항공기 중 하나라는데 동의한다. 울징거는 “보잉 777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잘 테스트된 엔진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4. 기장의 실수인가
현재까지 기장의 실수가 항공기 실종으로 이어졌다는 어떠한 징후(indication)도 없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지난 2009년 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330기(편명 AF 447) 항공기 사고와 비교하고 있다. 228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을 태우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던 항공기는 대서양에서 폭풍우를 만나 추락했다. 거의 2년에 걸쳐 대서양 바닥을 뒤져 항공기 잔해를 발견했다. 하지만 AF447 항공기와는 달리 MH370 항공기의 경우 운항 항로의 날씨가 양호해 위협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