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선루프는 일반 선루프와 달리 차량 지붕 전체를 강화유리로 덮는 형태를 말한다.
국토부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제작결함으로 판정하지 않았다. 국제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국내외 자동차 제작사가 국토부 시험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데다 특히 미국·유럽과 통상 마찰이 빚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대신 이번 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기구 회의에서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결함을 이슈로 부각시키고 연말까지 국제기준을 명확히 한 다음 제작사가 리콜하게 할지 판단할 계획이다.
10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들어온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신고는 33건에 이른다. 주행 중 선루프가 말 그대로 와장창 깨져 조각이 차 안으로 쏟아졌다는 아찔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해 국토부 지시로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한 55개 차종을 대상으로 결함조사를 벌였다.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르노삼성 등 국내 3개사 14개 차종과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크라이슬러, 포드 등 외국 9개사 41개 차종이었다.
2m 높이에서 쇠구슬을 강화유리에 떨어뜨리는 시험에서 이들 55개 차종의 파노라마 선루프는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이들 제작사는 국토부의 시험방법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 등의 국제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선루프 강화유리의 세라믹 코팅 영역이 시험대상에 들어가는자 여부다.
강화유리 가운데의 코팅하지 않은 부분은 강도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코팅한 부분은 강도가 낮아 쉽게 파손된다. 차체에 강화유리를 접착시키려고 고열의 코팅 과정에서 도료가 유리에 스며들어 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팅한 부분은 선루프 전체 면적의 30∼70%나 차지하므로 안전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이 부분의 강도를 시험해야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지만 국내외 제작사는 시험 방법이 국제기준에 어긋났다고 일제히 반발했다.
이밖에 쇠구슬 낙하지점 기준도 '시험품의 중심'과 '지지대의 중심'으로 갈리며 시험 대상이 완성품인지 가로, 세로 30㎝ 길이의 표본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자동차를 살 때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선택하면 추가로 낼 돈은 보통 100만원이 넘는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와 이 때문에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제작결함이라고 결론 내리고 제작사가 리콜하도록 밀어붙이면 이들 회사는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대상 차량은 현대·기아차 40여만대 포함 국산차 52만대, 외제차 13만대 등 65만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어림잡아 6천억원대에 이른다. 실제 리콜 조치가 이뤄지면 국내 자동차 리콜 사상 최대 규모다.
국토부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10∼14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유엔 자동차기준조화포럼(WP29) 총회에서 선루프 파손 문제를 이슈화할 계획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문제가 국제 공식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교통 당국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문제를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국토부 권석창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은 11일 특별세션에서 파노라마 선루프 결함 문제를 발표하고 WP29 의장단을 비롯해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청장 등과 실무협의도 할 예정이다.
권석창 단장은 "국제적 합의가 있으면 리콜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참가국들이 우리 정부에 동의하도록 하기는 쉽지 않다. 연말까지 여러 차례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의 한 자동차 메이커는 국토부 조사를 계기로 차량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권유하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