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 다음은?"…갈 곳 없는 염전 근로자들

'염전 노예' 사건으로 인권실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도 정작 한숨을 내쉬는 근로자들도 있다.

함께 지낼 가족이 없어 섬을 나가면 숙식조차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모(32)씨는 18일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을 달려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 도착했다.

최씨는 곧바로 염전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입식 부엌을 갖춘 원룸 구조의 숙소에는 전기장판으로 난방을 유지했다.


180㎝가 넘는 큰 체구의 최씨는 어눌한 말투로 "다시 염전으로 갈 겁니다. 사장님이 같이 가자고 했어요"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절도죄로 복역한 최씨는 출소하자마자 일감을 찾았지만 지체장애(2급)까지 있는 최씨를 고용한 업주는 없었다.

결국 어머니의 수소문으로 일자리를 얻은 최씨는 최근 '노예'로 일컬어지는 염전 근로자로 지난해 6월부터 일했다.

그러나 최씨가 일한 염전의 업주는 경찰의 인권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대비해 근로자들을 빼돌려 감금한 혐의(감금)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업주는 일부 임금 체불은 인정하면서도 근로자들에게 경찰 등을 피해 있도록 했을 뿐이라며 감금 사실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어머니에게 아들을 인계하려 했지만, 지체장애 2급에 절도 전과도 많은 아들을 돌볼 형편이 안된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당장 갈 곳이 없게 된 최씨는 배를 타고 업주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최씨와 함께 일한 다른 2명도 상황은 마찬가지. 경찰은 이들의 가족을 찾고 있지만 찾는다 해도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갈 곳이 없어 염전으로 흘러들어온 상당수 근로자는 일거리가 없는 겨울에도 숙식을 위해 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7년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염전에서 일했다는 김모(54)씨는 섬에서 나가면 갈만한 곳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기서 일해야죠"라고 말했다.

경찰이 특별수사대까지 상주시켜 인권 유린 실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 근로자들은 대부분 갈 곳이 없어 노예 근로의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것은 밤낮없이 일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갇혀 지내는 근로자들의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지만 그 후도 문제"라며 "가족에게 거부당한 근로자들을 누가 품어 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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