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적법절차 통해 증거수집...위조로 단정할 수 없다"

검찰, 오히려 "변호인 측 증거가 위법증거" 주장

검찰이 '서울시 간첩 공무원 사건'의 증거가 위조됐다는 중국정부의 회신에 대해 '검찰 역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증거를 수집했으며 위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위조'의 주체와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브리핑을 열고 "검찰 역시 '공식라인'을 통해 증거를 수집했고 적법한 확인절차를 거쳐 증거를 제출했다"며 증거를 고의로 위조했다는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발급한 유씨의 출입국기록 2부를 받았다.

이 중 한 부는 화룡시 공안국 관인만 찍힌 것, 다른 한부는 화룡시 공안국 관인과 함께 공증처의 관인까지 찍힌 것이었다.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확인서를 요청했고, 11월 말 외교부를 거쳐 선양주재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화룡시 공안국이 출입경 기록을 발급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아 이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보며 "화룡시 공안국의 관인이 앞뒤로 찍혀 있고 세세한 기록이 기재돼 있다. 관인만 찍힌 출입국기록 이외에 '화룡시 공증청'이라고 쓰인 공증인까지 하나 더 받은 출입국기록도 있다"며 증거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내사 단계에서 국정원 첩보로 받은 유씨의 출입경 기록은 출처 등이 불분명해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다양한 자료 중 증거부여 능력과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통해 가장 증거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을 골라 법원에 제출했다"며 "일부 기존 공소사실과 불일치가 있음에도 최우량 증거를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변이 제시한) 중국 대사관의 회신 공문은 위조를 확정짓는 문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문건 자체에도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에서 위조 여부에 대해 의심을 갖고 규명하겠다고 밝혔으니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국정원이 검찰에 전달한 출입경 기록의 입수 경로와, 국정원 직원이 개입해 위조했을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말만 일관했다.

국정원은 타기관인 만큼 국정원의 입수과정에 대해 검찰은 알 수 없고, 다만 공인된 서류인지 여부까지만 확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객관적인 증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으면서 최소한의 자료의 객관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역시 '직무유기'란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다.

검찰은 민변에서 제시한 '허룡시 공안국 직원의 진술 녹화(검찰 측 증거가 위조된 것이라는 내용)' 동영상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불법증거라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의 브리핑에 이어 "중국 정부로부터 '위조가 맞다'는 공식회신이 온 만큼 검찰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민변은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기록 조회결과는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민변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사실조회서를 중국 대사관에 보냈다. 대사관 측은 지난 13일 "검찰이 제출한 출입국기록 등 증거는 모두 위조됐다"는 회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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