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무죄 선고 직후 서울고법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 나선 강 씨는 예전에 비해 더욱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강 씨는 이 자리에서 "재판부가 유감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며 지난 23년의 세월간 자신에게 굴레를 씌운 사법부를 향해 직설을 날렸다.
검찰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 당시의 그 느낌,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셔서 어떤 형태로든 유감의 뜻이라도 밝혀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씨는 "(이 재판은) 저의 재판이 아니다.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 검찰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고도 했다.
이어 "사법부의 권위는 저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 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할 때에 세워진다"고도 지적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날조 사건의 주인공이 사법부에 내리는 무거운 한 마디 한 마디였다.
강씨는 더불어 개인적인 소회도 밝혔다.
"제 주변에서 똑같이 아파하고 괴로워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 아픔이 판결을 통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름을 모르는 분들께 위안·도움을 받았던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