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닷새째 고립…감자·고구마로 끼니 때워"



-5일째 내리는 눈, 참담한 심정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계속 들리고
-인근 주민들, 걱정에 잠못이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북 울진 왕피2리 분교 이해철 선생님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있죠. 지금 강원도와 영동 일부 지역의 상황이 꼭 그렇습니다. 어제를 기해서 대부분 길은 뚫렸는데요. 몇몇 지역은 지금도 눈이 내리고 있고 며칠째 고립상태랍니다. 경북 울진 서면의 왕피 2리라는 곳도 그런 곳인데 다행히 전화선은 살아 있군요. 주민 연결해서 도대체 상황이 어떤 건지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삼근초등학교 왕피2리 분교의 교사세요. 이해철 선생님 연결 되어 있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이해철>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혹시 지금도 눈이 오나요?

◆ 이해철> 연 5일째 연속으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6일째 아닙니까, 혹시 지금?

◆ 이해철> 강릉 쪽에는 목요일부터 눈이 내렸지만 울진 지역에는 금요일 아침부터 눈이 왔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5일째 계속 지금까지도... 중간에 잠깐 그치지도 않고 계속 오는 건가요?

◆ 이해철> 어쩌다 30분정도 그칠 때도 있긴 하는데, 계속 내리는 상태라고 봐야죠.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지금 얼마나 쌓여 있습니까?

◆ 이해철> 지금은 1m가 넘었습니다.

◇ 김현정> 1m. 그러면 선생님이 딱 서계시면 어디까지 오는 거예요, 지금? 선생님 키로.

◆ 이해철> 허벅지 위로 허리까지 오죠.

◇ 김현정> 허리까지요, 실례지만 지금 키가 얼마나 되십니까?

◆ 이해철> 175센티미터입니다.

◇ 김현정> 175센티미터인데 허리까지. 좀 치우셨어요?

◆ 이해철> 직접 보시면 알겠지만 이건 인력으로 치우는 게 불가능합니다. 장비가 와야 됩니다. 꼭 왕래가 필요한 주변에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작은 길만 겨우겨우 냈어요. 그래서 지금 금요일부터 집에도 가지 못하고 완전 고립된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도 학교에 계시는 거군요, 선생님?

◆ 이해철> 학교에 갇혀 있는 거죠.

◇ 김현정> 아니, 집에 못 가신 건가요, 아예?

◆ 이해철> 그렇죠. 집은 포항인데요, 금요일에 수업을 하러 나왔는데, 금요일 아침 8시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서 금방 길이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차량을 운행할 수 없고 하니까 못 나가죠.

◇ 김현정> 딱 출근 한 직후부터 눈이 마구 오고, 결국 차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길을 막아버린 거네요.

◆ 이해철>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학교에는 누구누구 계세요?

◆ 이해철> 선생님들 전부 다 남아 있죠.

◇ 김현정> 전부 다 집에 못 가셨어요?

◆ 이해철> 당연하죠, 눈이 많이 내려가지고.

◇ 김현정> 그렇군요. 하루 이틀 기다리면 눈 녹겠지 하고서 기다리셨는데.. 벌써 오늘이 화요일이네요?

◆ 이해철> 계속 못 가고 있는데, 중간중간 정전이 됩니다. 왜 정전이 되냐 하면. 눈이 워낙 많이 오니까 소나무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지고 소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신주라든지 전기선에 부딪치거든요. 그래서 정전이 되는데... 일요일 같은 경우 아침 10시에 정전됐는데, 밤에서야 다시 복구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추운데 전기도 안 들어오면 난방은 어떻게 하고 견디셨어요?

◆ 이해철>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죠, 전기가 없으니까.

◇ 김현정> 세상에.

◆ 이해철> 아무런 대책이 없죠.

◇ 김현정> 선생님 지금 몇 분이나 계신거죠, 그 분교가?

◆ 이해철> 선생님들 네 분하고 학교 관리하는 행정직원 아저씨가 한분 계십니다.

◇ 김현정> 다섯 분이 다 모여서 오들오들 떨면서 계신 거군요.

◆ 이해철> 그렇죠.

◇ 김현정> 학교 안에 식량이 충분하지 않을텐데.

◆ 이해철> 식량은 충분치 않죠. 마침 왕피분교 조리사분이 이 동네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감자라든지 고구마라든지 다른 먹거리를 통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분교 조리사분이 걸어서. 허리까지 쌓인 눈 헤쳐가며 구해온 감자니 고구마니 이런 걸 드시고 계시는 거군요?

◆ 이해철> 요리도 좀 해 주시고 그래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삼척시 도로(자료사진)


◇ 김현정> 무슨 조난 당한 상황같네요, 산에서 조난 당한 상황...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어떤 건가요?

◆ 이해철> 금요일이 학교 졸업이고 이어서 봄방학인데 그때까지 길이 개통이 안 되면 정말 심각합니다.

◇ 김현정> 게다가 지금 학교는 졸업이 걱정이라지만 왕피리에도 비닐하우스 농사 짓는 분들도 많찮아요. 가옥도 좀 허름한 가옥도 있을 테고요, 거기 눈이 쌓이면 무너질 염려도 있지 않나요?

◆ 이해철> 네 왕피리에는 지금 700여명이 살고 있고요, 분교 바로 옆에는 두 가정이 살고 있는데요.

◇ 김현정> 두 가정이요?

◆ 이해철> 왜냐하면 여기가 생태보존지역이라 주민들 두 가정만 살고 있는데요, 보니까 일과가 아침에 식사하고 나서 오전 내내 눈 치우는데요, 왕피2리 전체가 사정은 비슷합니다, 큰길은 중장비들 동원해서 계속 길을 복구하는 중이래요.

◇ 김현정> 오전 내내 주민들이 눈 치우는 게 일이군요.

◆ 이해철> 네. 집에 눈이 쌓여가지고 위험하기도 하고요, 눈을 치우지 않으면 무게로 인해 지붕이 붕괴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겨울에는 그런 문제가 안생기게 제설작업에 다들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밤에 잠도 잘 못 주무시겠어요,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일텐데요.

◆ 이해철> 눈 무게 때문에 집 이곳저곳에서 뚝뚝 소리가 납니다. 그러면 잠을 못자고. 걱정이 됩니다.

◇ 김현정> 비닐하우스 하는 분들은 지금 비닐하우스에 쌓인 눈 때문에 고생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하우스 무너지면 지었던 농사 다 망치는 거니까 뜬눈으로 지내면서 난로 피우면서 눈 녹이고 계신다고 하는데 가장 절실한 거, 가장 필요한 게 뭔가요? 선생님.

◆ 이해철> 일단 길이 개통돼야 됩니다.


◇ 김현정> 이거 사람 힘으로는 안 되니까 제설장비가 들어와야죠.

◆ 이해철> 네, 지금도 눈을 치우고 있는데 거리가 머니까.

◇ 김현정> 군과 면에서도 중장비를 동원해 여기저기서 제설작업을 하고는 있을 텐데. 너무 많은 눈이 오니까. 거기까지 다 다룰 수가 없는 건가요?

◆ 이해철> 마을 깊숙한 곳의 눈은 아직 치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연락은 왔습니까?

◆ 이해철> 연락은 안 오지만 간간히 우리가 걱정이 되니까 면 사무소, 울진 군청으로 전화를 하는데요, 지금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희망을 걸고 기다릴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럼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군요.

◆ 이해철> 그렇죠. 누가 앙심을 품고 하는 것은 아니고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긴 합니다만 참 어떻게 합니까, 탓할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 선생님 학교 그쪽 지역에 근무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 이해철> 2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난 2년 사이, 이런 큰 눈을 보신 적은 없으시죠.

◆ 이해철> 2년뿐만 아니고 평생에 처음 봅니다.

◇ 김현정> 평생에 처음보십니까? 이런 눈은. 지겨울 정도로 오는 거군요, 그러니까.

◆ 이해철> 처음에 함박눈이 내릴 때는 참 마음도 푸근하고 정겨웠는데 하루 오고 나면 40, 50cm가 쌓이니까 참담하더라고요. 그리고 산 여기저기서 소나무들이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그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소나무에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죠. 죽어가는 소립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 김현정> 참담하다는 표현을 지금 쓰셨는데 도시에 있는 분들은 이게 어떤 상황인지 잘 상상도 안 되실 텐데요. 이게 지금 강원도와 경북 일대 그러니까 우리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라고 치면.. 호랑이 등줄기가 쫙 이런 상태입니다, 여러분.

◆ 이해철> 태백산맥 위주로 해서.

◇ 김현정>온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선생님 힘내시고요. 하루빨리 눈 그치길 저희도 소망하겠습니다.

◆ 이해철>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북 울진 왕피2리 분교 이해철 선생님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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