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3개월 만에 막을 내리면서, 실질적 고용으로 이어지기보다 일자리를 갈망하는 장애인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지체 1급 장애인 전혜주(34.여) 씨는 정규교육을 받고 4년제 대학까지 졸업한 전 씨지만 취업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서류면접에 합격하더라도 승강기가 없는 2층 면접실 때문에 면접관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 씨는 "서류합격전화에서 휠체어 이용하는 장애인임을 말했더니 통화에서 거절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계속된 구직 실패 끝에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된 전 씨는 어느덧 최저생계비를 받으며 사는 게 중증장애인의 당연한 삶인 양 체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 그녀에게 생애 첫 일자리가 생긴 건 지난해 10월. 장애인고용공단이 전국에 있는 장애인자립센터에서 인턴을 고용할 경우 임금을 보전하는 'IL 인턴제' 사업을 실시하면서 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초생활수급비나 인턴 임금이 별반 차이는 없었지만, 전 씨는 구직의 기쁨과 함께 같은 장애인 동료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특성상 화장실 등 모든 시설이 장애인 위주로 설치돼 있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전 씨의 장애를 이해하는 일터였기에 상처받지 않고 업무를 익혀갔다.
하지만 전 씨는 업무파악조차 제대로 끝내지 못한 2개월여 만에 인턴 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해 이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겨우 1억여 원으로 전국의 장애인 44명이 한 달에 80만 원씩 3개월가량 임금을 지원 받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중증장애인 수가 3만6천9백 명이 넘고 대부분 비경제활동인구지만 겨우 3개월간의 인턴에 채용된 장애인은 3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열악한 경영 여건 탓에 일반인보다 업무처리가 미숙한 장애인을 불과 석 달의 인턴 경험만으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일반청년 인턴제 기간도 6개월인데, 일반인보다 업무파악 시간이 더 걸리는 장애인에게 3개월밖에 기간을 주지 않은 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생계보조비에만 의지해 살아가기 보다 같은 돈을 받더라도 스스로 일하며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고자 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자활의지를 꺾지 않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