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광우병 위험을 소리 높여 지적했던 고(故) 박상표(45) 수의사에 대해 SNS 등을 중심으로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에서 정책국장을 맡았던 박 씨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광우병 위험에 대해 누구보다도 먼저 송곳보다 더 예리한 지적을 내려 '촛불 의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광우병 논란을 둘러싼 찬반 양측 모두 혼돈에 빠져있을 때에도 광우병의 위험성과 이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점의 가닥을 잡아내고 시민들에게 쉽게 설명했던 박 씨의 노력은 결국 2008년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의 물꼬를 텄다.
고인은 지난해 11월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을 약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요구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매섭게 질타했다.
박 씨는 이미 2000년대 초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4대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이 불거질 때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소의 치아로 나이를 감별하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어 광우병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당시 참여정부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선 것.
지난 2003년 6월에도 그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등에 출연, 당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자료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차근차근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의사라는 직업은 물론, 식품안전과 동물복지에 대한 전문가이자 양심과 진실을 지키는 '투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항상 개인의 큰 행복보다 이 사회를 위한 작은 진실을 놓치지 않고 온몸을 바치던 박 씨는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45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영원한 떠남의 길을 선택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박 씨는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를 놓지 않고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기 수의사들이 이제 생후 34개월을 갓 넘긴 박 씨의 딸을 돕기 위해 모금에 나서자, 순식간에 백여 명의 사람들이 발벗고 나서 2천여만 원을 모은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에 마련된 '박상표 추모회' (www.facebook.com/supportpark)에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헌사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했던 '바른 사회를 지향하는 청년수의사회'와 동료들, 여러 시민단체들 역시 다음달초 추모문집 등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박상표 추모회' 준비모임 관계자는 "모금활동은 오로지 딸의 교육비를 포함해 유족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친구들이 한 푼 두 푼 모으며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씨를 추모하는 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더 많은 뜻을 모아야 할 것 같다"며 "다음 주부터 박 씨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모여 함께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