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대차 그룹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매출은 87조 3,076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조 3,155억원으로 1.5% 감소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영업이익은 9.5%로 역시 3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경기 부진 속에 불리하게 작용한 환율여건, 국내 공장의 생산차질 등 대내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된 수익성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썩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수부진의 여파가 컸고 환율여건도 불리한데다 국내 공장의 노사분규로 생산차질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일 내놓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도 어닝쇼크로 불릴 만큼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59조원, 영업이익은 8조 3,0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전망했던 4분기 영업이익 9조원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뿐 아니라 직전 분기인 3분기의 영업이익 10조 1,000억원과 비교하면 18.3%나 감소한 것이다.
또 이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3분기의 8조 600억원 이후 5분기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어닝 쇼크의 가장 큰 이유는 원화 강세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삼성전자가 지난 한 해 매출 228조 4200억원, 영업이익 36조 7700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4분기 어닝쇼크와 현대차의 연간 실적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대들은 이른바 '비가격경쟁'을 하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엄청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고 '빅쓰리' 자동차 업체를 살리기 위해 관용차를 이 업체들의 차로 구입하도록 하는 등 밀어주기도 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엔저라는 무기까지 갖추고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도요타의 리콜사태로 스스로 무너지면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넓히게 했지만 이제 원래 가진 기술력에 엔저라는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점유율 1위를 회복했다.
독일 역시 재정위기로 시달리던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노동개혁을 많이 한데다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탄탄히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저가 스마트폰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매출이 늘더라도 전처럼 이익을 많이 낼 수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올해 세계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양대축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힘든 이유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기아차가 24일, 2014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