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패드 도난도 억울한데 '통화요금' 1100만 원 폭탄 맞아
실제로 직장인 A씨는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요금 1100만 원을 내야 할 판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출장차 갔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숙소에서 가방을 털렸다. 지갑과 아이패드를 도난당한 A씨는 신용카드 정지 신고를 한 뒤 쓰린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더 큰 문제는 귀국 직후 찾아왔다. 통신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A씨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KT에서 요금이 1000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면서 "금액이 크다 보니 부가세까지 더해 1100만 원이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 태블릿 PC 유심에도 통화 기능 있어
A씨는 아이패드가 비밀번호로 잠겨 있었고 데이터 요금도 한도를 정해놨으므로 분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줄 알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순전히 인터넷 데이터용으로만 사용되는 태블릿 PC 유심칩에도 통화기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아이패드를 훔친 범인은 손쉽게 유심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옮긴 뒤 몬테네그로나 세르비아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용했고, 어마어마한 로밍 통화 요금이 발생했다. A씨는 통신사와의 조정으로 요금을 일부 감면받았지만 그래도 몇 달 치 월급을 그대로 날릴 판이다. A씨는 "내가 안 쓴 게 증명이 되는데 그래도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요금 자체가 고액이라 연체료도 상당할 것"이라고 괴로워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측은 상황은 딱하지만 요금을 완전 면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해외에서 로밍서비스 이용 중 단말기 분실로 인한 과요금 방지를 위해 주의사항 안내 및 홍보, 일정 금액 데이터 발생시 로밍 차단 등 적극적인 고객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분실 즉시 해당 통신사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와 관련, 해외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피해 방지에 대해 충분히 고지를 받지 못해 600만 원의 로밍서비스 요금이 나온 사례에 대해 "요금을 50% 감면하라"고 지난달말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소비자원은 "이동통신사는 단말기의 로밍서비스 차단 등 안전장치의 체계화와 함께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