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초의회와 관련된 이슈는 대통령선거 당시 각 정당이 저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당공천폐지가 논점이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예 기초의회폐지론을 들고 나오면서 논의의 중심이 페지여부에 맞춰질 조짐이다.
당장 야당은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서 정개특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개특위 위원들이랑 모여서 회합했는데 지금 지방의회가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예산이 많이 낭비되고 있다"며 "(기초의회 폐지가) 당론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차원에서 기초의회 폐지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할 뿐 기초의회는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사무총장은 "예를 들어, 서울시의원과 서울시 구의원이 있는데 이들을 합해 지방의원을 만들어도 서울시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기초의회를 없애면) 폐해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불이익보다는 이익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도 그렇고 일각에서 공천제를 없애자고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공천제를 하느냐 마느냐보다는 숨어 있는 시·도의회의 방만한 운영 문제와 중대선거구제 때문에 만들어진 민심 왜곡 문제"라고 강조했다.
광역단체장을 연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번부터 당선되는 사람들은 2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정개특위에서 이완구 의원이 제안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정개특위에서 다뤄지는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교육감은 자기 정체성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깜깜이 선거가 되면 안 된다"며 "(여당은) 교육감 선거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며 방점을 찍고 있는데 야당이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 실행을 '물타기' 하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기초의회 폐지를 들고 나왔다고 본다"며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방자치제도이고 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민주주의 지키기"라고 말했다.
이어 "논란과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제안보다는 지난 대선에서 세 후보 모두 공통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우선적으로 합의해내는 것이 모든 논의의 출발"이라고 역설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지방자치와 정치개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마구잡이 방안이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뿌리째 뽑겠다는 엉뚱한 발상"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정치개혁과 지방자치제도 개선 논의에 혼선을 야기하고, 기초공천 폐지 대선공약 말바꾸기를 위한 사전정지작업 의도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정치적 꼼수를 강력히 비판하고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공천 폐지를 놓고 여야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당장 이번 주 예정된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개특위는 오는 7일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8일에는 소위 차원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지방선거 성적표가 달려 있는 만큼 향후 여야 간 격론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현역이 많은 민주당에 유리하니까 새누리당이 본질에서 벗어난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