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여야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심사소위(계수조정소위) 양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광림,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이번주 초부터 증액심사에 착수했다.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증액대상 예산안은 1700여건, 규모는 총 10조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 22일 소위 회의 때 '증액심사는 간사에게 위임한다'고 결정된 데 따라, 바로 증액심사에 착수했다고 보면 된다"며 "간사들은 진척 상황을 수시로 각 당 의원들과 공유하면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사의 증액심사는 '국회 모처'에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고, 정식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속기록이 남지 않는다. 지난 22일까지 10여일간의 감액심사는 예산안심사소위 정식 회의였고 속기록도 온전히 남아 있다. 결국 예결특위는 감액심사까지만 기록화할 뿐, 증액심사는 '밀실 심사'로 진행하는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속기는 정식 회의 때 실시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예산심사소위의 활동은 간담회 형식이기 때문에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관행'은 지난해까지 최근 몇년간 계속됐다. 2009~2010년에는 증액심사 속기록이 작성되지 못했고, 2011년과 지난해에는 '증액심사를 간사에게 위임한다'는 의결만하고 산회하는 정도의 속기록만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 요구, '쪽지 예산'이 쇄도하는 탓에, '은밀한' 심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같은 문제점이 불거졌을 때 여야는 '증액심사 투명화 방안 추진'을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증액심사권의 간사 위임 금지, 증액심사 속기록 작성 의무화 등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지난 9월말까지 6개월간 여야 합의로 예산재정개혁특위까지 가동했지만, 관련법 개정 등의 실제 성과는 없었다.
비교섭단체 소속의 한 의원은 "항상 거대 정당들은 이런 식으로 하다가 막판에 서로 예산 주고 받기나 했다. 구조적으로 매년 반복된 이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내년부터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되는 만큼, 예결특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비판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러 정치적 환경 등으로 인해 예산안 심사 일정이 촉박한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9조~10조원씩 되는 증액 건을 (감액심사를 마친) 2조원 안팎에다 맞춰야 하는데, 소위 위원 15명이 모여서 일일이 살펴보다가는 연말까지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예결특위는 늦어도 오는 28일 오전까지는 증액심사를 마무리한 다음 그날 전체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여야는 이를 거쳐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