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징용배상 소송을 지원해온 아다치 슈이치(足立修一) 변호사는 23일 도쿄의 니혼바시 공회당에서 열린 식민지배 청산 심포지엄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는 완전히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냈다.
아다치 변호사는 "한일청구권협정 체결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일제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反) 인도적 불법행위와,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양국 청구권협정의 대상 밖"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에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근거해 양국 간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따라 해결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지급한 경협자금은 협정 제2조에 명시된 개인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근대법의 원리로 봐도 개인의 청구권은 조약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면서 "소멸시키려면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지만 (청구권 협정에) 그것은 없다"고 밝혔다.
아다치 변호사는 현재 한국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일본 기업에 대한 징용배상 판결이 확정되고, 피고 기업들이 불응함으로써 강제집행 문제가 제기되면 양국 간 대립이 격화할 수 있으며, 대안의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한일 공동기금 설립 방안도 현재 정세상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인 강제징용 배상 소송과 관련, 일본 니시마쓰(西松)건설이 승소하고도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사안을 거론하며, 일본 기업들이 한국 피해자들에게도 그와 유사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니시마쓰 사건 당시 일본 최고재판소는 '중일공동성명(1972년)에 따라 중국인 개인이 배상 청구권을 법정에서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지만 청구권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고, 동시에 기업의 자발적인 지불 노력을 권고했다고 아다치 변호사는 설명했다.
더불어 아다치 변호사는 한국 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우려를 표한 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 경제단체들의 지난달 6일 공동성명에 대해 "한국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며 "상황을 타개하려는 (기업들의) 의중이 드러났다고 평가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