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전 대통령은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먼 여정'에서 푸른 언덕이 굽이치고 어릴 적 가장 행복한 시절의 한때를 보낸 곳이라고 묘사한 쿠누에서 15일(현지시간) 남아공 국민과 전 세계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했다.
◇만델라, 고향서 남아공·세계에 작별 = 만델라 시신이 든 관은 이날 오전 장례식이 치러진 뒤 쿠누의 가족 묘원에서 땅에 묻혔으며 이로써 그의 시대가 마감됐다.
장례식은 만델라 가족 농원의 개활지에 세워진 대형 천막에서 진행됐다. 타원형 돔 모양의 흰색 대형 천막에는 제이콥 주마 대통령과 만델라 부인 그라사 마셸 여사,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 장손 만들라, 장녀 마카지웨 등 가족을 포함해 약 5천명이 참석했다.
그의 시신이 든 관은 먼저 국기가 덮인 채 군 포차에 실려 장례식장으로 운구됐으며 이를 군 의장대가 행진하며 선도했다.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도착한 만델라 관은 8명의 군인에 의해 장례식장에 입장하고 나서 연단과 객석 중간에 위치했다. 연단 뒤에는 환하게 웃는 만델라 얼굴 형상이 자리하고 그 앞에 흰색 양초 95개가 두 줄로 나란히 놓여 엄숙한 분위기를 더했다.
장례식에는 아프리카연합(AU) 순회의장인 에티오피아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순회의장인 말라위 조이스 반다(여) 대통령, 탄자니아 자카야 키크웨테 대통령이 참석해 헌사를 했다.
이와 함께 만델라가 복역한 로벤섬에서 그와 함께 26년 동안 복역했던 민주화 투쟁 동지 아흐메드 카스라다가 연설을 통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먼 여정을 달리고 남아공에 존엄함을 복원시킨 당신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은 추도 연설을 통해 "오늘은 남아공의 자유 투사였으며 공복(公僕)이었던 만델라의 95년에 걸친 영광스러운 여정이 끝나는 날"이라며 "우리는 민주화된 남아공을 건국한 고인의 마지막 길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경의를 표했다.
맑은 날씨에 진행된 장례식은 남아공과 전 세계에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장례식 후 그의 시신이 든 관은 인근 가족 묘원에 옮겨져 땅에 매장됐다. 다만 관이 묻히는 장면은 만델라 가족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며 가족 등 일부만 매장식에 참여했다.
만델라 관이 매장되는 동안 남아공 군 헬리콥터들이 국기를 매단 채 상공을 날았으며 프로펠러 군용기들이 편대비행을 하면서 그에게 마지막 예의를 표했다.
◇ 공식 추모 행사 종료 = 이날 장례식을 통해 지난 5일 그가 요하네스버그 자택에서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 선포된 10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에 진행된 국가적인 추모 행사가 모두 종료됐다.
지난 10일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FNB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추모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 등 역대 최다인 전 세계 약 100개국 수반과 정상급 인사들이 수만명의 남아공 국민과 함께 참여했다.
이어 지난 11일부터 사흘 동안 만델라가 남아공의 초대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해 5년 동안 집무한 정부청사 유니언빌딩에서 그의 시신이 일반에 공개돼 약 10만명의 남아공 국민이 조문했다.
만델라 추모 행사를 통해 남아공 국민은 흑인과 백인이 모두 함께 그의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기리며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10일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주마 대통령이 입장하고 연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민이 '우~' 하며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 목격됐다.
또 만델라 시신이 일반에 공개된 마지막날인 13일 너무 많은 인파가 유니언빌딩 외곽 집결지에 모이는 바람에 경찰이 인원을 통제하고 집결지를 폐쇄하자 시민들이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또 한때 일부 시민들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유니언빌딩 구내에 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