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불과 2년만에 유일영도체계를 확고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8일 김정은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장성택의 모든 직무 해임과 일체의 칭호 박탈, 그리고 당에서 출당과 제명에 대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9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이 3일 '장성택 실각 가능성 농후'를 발표한지 닷새만이다.
이 정치국 결정서는 장성택의 부정부패행위,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 술놀이와 먹자판, 마약 복용, 외화탕진, 도박장 출입 등 장성택과 그 측근들의 범죄행위를 낱낱이 공개했다. 숙청 과정에서 죄목을 일일이 나열한 것은 김정은 시대 들어 나타난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장성택 일당이 당의 통일 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했다"며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를 주된 범죄행위로 적시했다.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적용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통치기에도 반대 파벌을 숙청할 때 내세운 가장 센 명분으로, 장씨를 권력 일선에서 완전 배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파벌이 존재했었지만, 이번에는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제1비서의 등장한 이래 수령체제가 확립되어 파벌이 없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난다.
장씨에게 종파행위 칼날을 들이댄 것은 파벌 제거 목적이라기 보다는 유일지배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 해임조치는 장성택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김정일에서 김정은 체제로의 세대교체, 인적교체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장성택 실각이 북한의 대내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장성택 실각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개혁· 개방 정책 추진과 대외적 안전보장을 위한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 방침을 유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