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지분매각 회동' 녹음·보도 한겨레 기자, 선고 유예

항소심 재판부, 1심과 달리 모든 행위 유죄로 판단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본부장의 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을 녹취·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항소심에서도 선고를 유예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안승호 부장판사)는 2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기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판결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기소가 되지 않은 상태로 간주된다.

1심 재판부는 최 기자가 최필립 당시 이사장과 취재차 통화하다가 최 이사장이 실수로 휴대전화 통화를 종료하지 않아 대화내용을 듣게 된 것에 대해서는 유죄로, 이를 녹음해 보도한 것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최 기자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기자가 들은 당시 대화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청취·녹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최 기자는 약 8분 47초동안 최 전 이사장과 통화를 하고 대화내용을 녹음했고, 평소처럼 예우차원에서 취재대상이 먼저 전화를 끊게 하려 나중에 전화를 끊으려다 이진숙 본부장의 목소리를 듣고 종료하지 않고 계속 녹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에 해당하고 이를 청취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최 기자의 녹음의 경위와 보도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가치가 통비법을 통해 보장하려는 법익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가 대선에 개입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MBC와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이를 보고하는 내용의 대화여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이기는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수장학회가 지난해 10월 MBC의 계획대로 부산일보 지분매각을 했고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더라도 대선은 그로부터 두달뒤인 지난해 12월이어서 그 효과 역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최 기자가 대화내용을 청취 녹음하고 싶었다면 미리 최 회장에게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고지하거나 대화를 들어도 괜찮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최 전 이사장과 통화 후 최 전 이사장이 전화를 끊지 않아 이진숙 전 본부장 등과 나누는 것을 1시간가량 듣고 이를 녹음해 보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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