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대정부질문이 예정된 오전 10시를 넘겨서까지 마칠 줄을 몰랐다. 이 때문에 1시간 넘게 늑장 개회된 대정부질문마저도 오후 들어 여야 간 앙금으로 파행을 빚었다. ‘반쪽 박수’로 끝난 시정연설의 복사판처럼 얼어붙은 정국을 드러냈다. 당 안팎의 상황이 민주당 지도부에겐 녹록치 않았다.
이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두 차례나 국회의장실 문을 두드렸다. 의총에서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원의 몸싸움에 대한 국회의장의 유감표명을 받아내라는 의원들의 요구에서였다. 지도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고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특히 전병헌 원내대표의 마무리 발언은 뿔난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름을 부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이 됐던 ‘청와대 경호버스 차벽’에 대해 “대통령 저격의 위험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는 취지의 논리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입장에서 대정부질문을 순연시키자는 일부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선과 중진들까지 나서 전 원내대표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토했다.
여기에 지도부의 협상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여야간 물밑 협상은 위험하다. 협상을 공개로 진행하자”는 복수의 의견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특검과 특위 수용에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고, 새누리당이 ‘특검 불가 특위 수용’ 입장을 표명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우려였다.
오후 들어 계속된 대정부질문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요구대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번에는 새누리당 측의 의사진행발언이 불씨가 남아있던 갈등을 다시 키웠다. “경호요원의 멱살을 잡고 구타하는 등 국회의원 신분으로서는 안 될 모습을 보여줬다”(새누리당 이우현 의원)면서 강기정 의원의 폭행사건 전력까지 거론한 것이다. 이에 발끈해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고 30여분 만에 본회의는 멈춰섰다.
다시 민주당 긴급의총이 비공개로 소집됐다. 보좌진들의 출입도 막고 의원들 사이 논의가 오갔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공식 사과가 전제돼야한다는 더 강경한 분위기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자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움직였다. 취재진의 눈을 피해 국회 복도를 한 바퀴 돌아 카운터파트인 새누리당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를 찾았다. 윤 수석이 새누리당을 대표해 유감을 표명하기로 합의했다. 모처럼 여야 간 정치력이 발휘된 것이다.
물밑 접촉을 마친 여야지도부는 다시 국회의장실에 모여 입장을 조율했고, 다시 의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한 뒤 오후 5시부터 본회의를 다시 열어 대정부질문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