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충돌 시계불량·착시현상 가능성"

"짙은 안개와 건물 외벽 유리가 영향 줬을 듯"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리콥터 충돌 사고는 조종사가 시계비행 중 안개나 착시현상 때문에 항로를 이탈해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헬기는 비행 고도가 낮아 도심을 비행하다 보면 높은 건축물에 부딪힐 가능성이 더 크다"며 "조종사가 시계비행을 하다 안개 때문에 항로를 벗어나 아파트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계비행을 하다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으면 계기비행을 하고 야간이나 안개가 낀 날에는 최신 기종의 경우 전방 관측 적외선 장비(FLIR)를 이용한 비행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도심에 고층 빌딩이 많아 이런 사고가 일어날 우려는 늘 있다"며 "다행히 소형 헬기여서 아파트 주민에게는 큰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헬기는 운항 고도가 낮으므로 사고 가능성이 여타 항공기보다 커 시계비행을 할 때는 주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한다"고 덧붙였다.

정성남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헬기가 충돌한 아파트의 외벽 상당 부분이 유리로 돼 있는데, 이것이 조종사로 하여금 착시현상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외벽 유리에 한강 등 주변 풍광이 비춰 하늘에서 보면 정상적인 경로를 따라 강 위를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평소 이 아파트 주변을 다니면서도 하늘에서 비행할 때 눈에 확 들어올 건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높이 지어졌고 유리가 많은 건물의 특성이 어떻게든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헬기가 최신 기종인 만큼 기종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기기불량이나 정비결함 등이 없었다면 결국 기상조건 악화와 착시현상이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 변영환 교수는 "항공기는 운항하는 공역이 정해져 있어서 보통 도로변이나 하천변을 따라 이동한다"며 "사고 헬기의 경우 올림픽대로 쪽에서 한강변을 따라 정상적으로 운항하다 착륙을 준비하는 고정에서 오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헬기가 착륙 지점이 가까워져 오자 준비하려고 방향을 조정하다 안개로 시야가 흐린 상황에서 너무 빨리 비행고도를 낮췄거나 방향을 튼 탓에 정상적인 항로에서 벗어났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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