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광활한 초원에 몸을 맡기다

몽골의 게르
광망한 초원, 무엇 하나 거칠 것이 없다.

다문다문 심어져 있는 야생화들이 제 스스로 강인한 생명력을 말한다.

여기저기서 풀을 뜯는 소와 양 그리고 곁에 선 목동의 모습이 평화롭고 또 한가롭다.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바람은 부드러우며 선뜻하다.

몽골 대초원에 굳건히 네 발을 디딘 매끈한 말 위에 올라앉는 순간, 순수 자연과 유목민의 건강한 삶, 무한 자유와 천년의 고독이 성큼 다가선다.

동물과 함께 하는 유일한 스포츠가 바로 승마. 신체의 평형감각과 유연성을 길러주는 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질주할 때의 상쾌한 속도감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복잡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모든 근육이 긴장하게 되는 전신 운동이라 피부가 탄력 있고 단단해 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말과의 교감이야말로 승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말 위에 군림하지 않고 겸허와 인내를 바탕으로 평등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인마일체'의 경지에 올라서는 법이다.

◈ 알레그로 혹은 안단테

말과 말타기에 관한 한 몽골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우선 몽골인들에게 말과 말타기는 그들의 역사이자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말과 함께 살아간다.

사회적 의미도 적지 않아, 몽골에 산재한 총 250만 마리 이상의 말을 누가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가 상징적 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세 발 이상 거리는 말 타고 간다'는 표현이 있는데, 몽골에서만큼은 턱없이 과장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몽골에서의 승마
승마의 무대로서도 몽골은 손색이 없다.

사막, 초원, 산림, 호수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무대로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장소까지 돌아보는 승마여행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말을 타고 몽골 대초원을 누비는 상상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확 트인 초원 위에서 깊숙이 잠재돼 있는 질주 본능을 발현하면 극대치의 해방감과 원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승마 도중 몽골 전통 음식을 맛보거나 양몰이 체험을 곁들이면 유목민족의 생활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더욱 풍성한 승마여행이 된다. 승마여행이라고 해서 질주의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박타박 발걸음을 놓는 말 위에 앉아 지나간 삶을 반추하고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지상에서 말의 등 높이만큼 오를 뿐이지만 마상(馬上)의 세상은 분명 다르다.


긴 호흡으로 만나는 승마여행은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의 여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연의 세밀한 부분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애틋하다.

특히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구름이 만들어 놓은 구릉 위의 그림자, 그 기기묘묘한 풍경화는 몽골 승마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하늘과 땅이 붙어있는 곳을 통과하면 어김없이 비를 맞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으레 황홀한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무지개를 뜻하는 몽골어가 '솔롱거'이고, 한국은 '솔롱거스'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가경은 광활한 초원의 일출과 일몰. 짧은 순간이지만 강렬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 청정 자연으로의 회귀

몽골에서의 승마여행은 보통 특정 지역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의 게르 캠프에서 말을 고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게르(Ger)는 몽골족의 이동식 집을 의미하는데,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 게르 캠프촌이 호텔의 역할을 한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면서 며칠씩 승마투어와 지프투어 등을 즐기는 것이다.

테를지 국립공원
대표적인 승마투어 포인트로 테를지 국립공원, 하라호름, 홉스골 등을 들 수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동남쪽으로 84km 떨어져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은 한국의 제주도처럼 몽골 신혼부부들의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수천 년에 걸쳐 대륙의 비바람이 빚어 놓은 기이한 바위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계곡 사이로 흐르는 차고 깨끗한 냇물과 주변의 수양버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초원은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갖가지 야생화들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말이나 낙타를 타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거나, 낚시, 하이킹, 트레킹, 야생동물 관찰 등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하라호름은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335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몽골의 2대 칸인 오고데이칸에 의해 수도로 정해졌으며, 13세기 쿠빌라이칸이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유라시아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과 물자로 늘 붐비던 곳이었다.

지금은 건축 당시 제1의 사원이었던 에르덴쥬 사원과 초원에 버려져 있는 거복돌만이 예전의 영화로움을 말해 줄뿐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의 승마를 마치고 주변의 울혼 강변에서 독수리 떼를 바라보며 즐기는 허르헉은 최고의 별미다.

양고기를 뼈째 적당한 크기로 잘라 통에 넣고 양념과 함께 뜨겁게 달궈진 돌을 채워 서너 시간 정도 찌는 요리인데, 기름기가 빠진 양고기의 담백한 맛이 훌륭하다.

하라호름으로 가는동안 거치는 바얀고비에서 말을 달리면 말발굽에 놀란 메뚜기 떼가 일거에 날아오르는데 그 모습이 또한 장관이다.

홉스골 가는 길
몽골 북서쪽 국경부근에 위치한 홉스골은 면적이 약 2000㎡에 달하는 바다 같은 호수다.

맑은 물과 대어로 유명한 몽골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홉스골의 매력은 호수변에서의 야영에 있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 속에서 묻어 나오는 물결의 소리가 사람을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홉스골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 고요함과 선연한 정물화를 영원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호수에는 수많은 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탓에 낚시광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주변 밀림지역은 다양한 동식물군이 분포하며 산책 및 승마트레킹을 즐기기에 알맞다.

이밖에 흡스굴 호수 지역의 유목민들을 방문, 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단출하지만 강렬한 생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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