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교수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시장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로 3.5∼4%대를 제시하는 전망이 많지만 이보다 낮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예측했다.
그는 이런 전망의 근거로 세계 경제 둔화의 장기화, 저성장으로 경기 부양에 필요한 정부 정책의 한계, 추경예산 편성의 어려움 등 하방위험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 교수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세금 인상 등에 어려움이 있어 재정정책은 한계가 있다"면서 "한국의 정책 수단 중 가장 유연성(flexibility)이 있는 통화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와 유동성 증가를 통해 원화의 평가 절상을 막으면 수출이 늘어나고 중소기업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효과가 없다"면서 "창조경제에 초점을 맞추다가 전자, 조선 등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끄는 분야를 등한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내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상수지 흑자, 미국보다 높은 금리,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지연 등으로 원화는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재벌의 역할이 줄어 고용창출과 임금인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과 복지 수요는 늘어나는데 세금을 올리기 쉽지 않은 여건,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 고령화 등을 지적했다.
손 교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관련해 "미국의 경기 둔화가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영구적인(permanent)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적인 양적완화에 대해 연준이 현재 매월 85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150억 달러 줄였다가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다시 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양적완화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미국 경제에 대해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어느 정도 괜찮은 편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치권이 내년에는 중간 선거가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 부채 한도 등 재정 문제와 관련해 타협하겠지만 2015년에는 다시 대립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가 또 불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로 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의료 비용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낮은 자가 소유율, 역대 최고의 임대 비율 등을 고려하면 잠재적 수요가 있다고 평가했으며 양적완화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은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한미은행장 등을 역임한 손 교수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요 이코노미스트들 대상으로 선정한 경제 전망 정확도 평가에서 3위에 오른 경제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