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사퇴...'MB정부 닮은꼴' vs '낙하산 걷어내기'

이석채 KT 사장 (자료사진)
KT 이석채 회장이 3일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MB정부에서 통신업계의 맏형 KT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백기투항한 것.

이 회장의 사퇴를 두고 민간기업인 KT가 다시 한번 권력에 휘둘렸다는 주장과 함께 전 정권에서 임명된 낙하산 사장의 당연한 사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버티기를 선언하긴 했지만 이 회장이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민영화된 KT는 정부의 직접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국민연금이 8.65%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회장의 사퇴설은 수차례 나왔고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했지만 이 회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 사퇴설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다 지난 10월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기다렸다는듯이 검찰이 KT 본사와 이 회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이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

이를 두고 통신업계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현 정부가 검찰을 동원해 이 회장을 몰아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해 현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 회장의 사퇴로 민간기업인 KT가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고 이것이 후진적인 관치경영의 유산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노무현정부 때 임명된 남중수 전 사장을 이명박 정부 초반 검찰을 동원한 기획수사로 찍어낸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 회장을 몰아냈다는 점에서 'MB정부 닮은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KT와 마찬가지로 포항제철에서 민영화된 포스코 정준양 회장 역시 경제계의 손꼽히는 MB맨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석채 회장의 사퇴는 MB정부 시절 무차별적으로 투하된 낙하산 사장의 예정된 종말이라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은 김영삼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보통신 분야에 문외한인 그가 해당 장관을 지낸 것을 두고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와의 관계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두 사람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이후 이 회장은 장관시절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 2009년 통신업계 맏형 KT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시 KT 노조 등은 10년전 정통부 장관을 잠깐 지낸게 통신업계와의 유일한 인연인 이 회장을 두고 '낙하산 사장', '통신업계 문외한'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MB정부를 등에 업은 이 회장은 스스로 직함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고치고 조직장악에 나섰다. 특히, 조직장악의 방식이 독특했다.

이 회장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내보내고 대신 그 자리에 MB정부에서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있던 인사는 물론 자신의 친인척까지 대거 낙하산으로 영입하며 자신의 입지를 키웠다.

또, 정권이 바뀐 뒤에는 소위 '친박계'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대놓고 현 정부에 러브콜을 보냈다. 오죽하면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고발했겠느냐는 것.

이처럼 이 회장이 낙하산으로 회장자리를 꿰찬 것도 모자라 경영 보다는 자리보전에만 골몰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의 사퇴가 청와대발 KT 낙하산의 재판이 될지, 아니면 KT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는 한번 두고볼 일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민간기업에 정부가 관여하는 후진적 관치경영이라는 나쁜 관례를 남겼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KT 신임 회장이 그동안의 관례처럼 정치권 낙하산이 아닌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임명된다면 KT가 변화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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