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로 드러난 '1위 삼성'의 실체

'국민타자 언제 깨어날까'3년 연속 정규리그 1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연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25일 2차전에서 범타에 그친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삼성 이승엽.(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최초의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한 삼성. 3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에 도전했지만 두산에 2패로 몰려 있다. 자칫 사상 첫 정규리그 4위 팀의 우승 신화의 희생양이 될 판이다.

사실 시리즈 전만 해도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다. 2년 연속 KS 우승 경험과 탄탄한 전력에 두산이 넥센과 준플레이오프(PO), LG와 PO를 거치면서 체력 소모가 적잖았기 때문이었다. 단일 시즌 도입 후 정규리그 1위의 KS 우승 확률이 86.4%(22번 중 19번)나 된다는 통계도 한몫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두산은 준PO, PO를 치른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체력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고, 삼성의 전력은 1위 팀이 무색할 정도였다.

1차전에서 삼성은 선발 윤성환이 4⅓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2-7 패배를 안았다. 타선도 1회 박석민의 홈런과 9회 이지영의 내야 땅볼로 2점을 내는 데 그쳤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선발 윤성환 카드가 뜻밖에 무너졌고, 정규리그 이후 3주 만에 실전에 타선이 아직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2연속 우승팀 맞아? 승부처 잇딴 침묵


그러나 2차전은 그야말로 삼성 전력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였다. 선발 벤덴헐크에 이어 '1+1 선발' 차우찬, 필승카드 안지만, 최강 마무리 오승환까지 가용한 투수 자원을 전부 투입했다. 그럼에도 연장 13회 대거 4실점으로 무너져 1-5 충격의 패배를 안았다.

마운드는 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연장 12회까지 1점으로 막아줬다. 13회 무너진 것은 타선이 연거푸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친 탓이 컸다. 천하의 오승환이라 해도 4이닝, 투구수 53개는 무리였다.

사실 이날 후반 흐름은 삼성 쪽으로 흘렀다. 0-1로 뒤진 8회 채태인의 적시타로 동점에 성공했고, 역전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1사 1, 2루에서 이승엽의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오재일 정면으로 갔고, 김태완의 좌선상 타구도 3루수에 잡혔다.

연장에서는 더욱 아쉬웠다. 오승환의 역투 속에 삼성은 10회말 1사 만루 기회를 맞았다. 외야 뜬공 하나면 경기가 끝날 상황. 그러나 이승엽이 무기력하게 2루 땅볼에 그쳐 땅을 쳤고, 대타 우동균이 유격수 뜬공에 머물렀다. 연장 11회말 1사 1, 3루에서도 정형식이 삼진,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강명구가 내야 땅볼에 그쳤다.

타선의 답답함이 이어지자 견고한 오승환도 더는 견디지 못했다. 13회초 오재일에게 홈런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최후의 보루가 붕괴한 삼성은 이후 실책까지 나와 3점을 더 내주고 무너졌다.

▲김상수-조동찬에 박한이까지 전력 누수 심각

그야말로 낱낱이 드러난 삼성 전력의 실체였다.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라고는 하지만 예년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었다.

사실 삼성도 불안 요소는 있었다. 주전 유격수 김상수와 2루수 조동찬의 부상 공백이었다. 대신 투입된 정병곤과 김태완은 그럭저럭 구멍을 메웠다고 볼 수 있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둘은 별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믿었던 주축 타자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류중일 감독이 KS 열쇠라고 꼽았던 이승엽은 승부처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실망을 안겼다. 9타수 1안타의 부진이다. 김감독이 "이승엽은 아직 빠른 공에 방망이가 제대로 나가지 않고 있다"며 봉쇄에 자신감을 가진 것도 심상치 않다.

여기에 주전 우익수 2번 타자 박한이가 1차전 불의의 부상을 입은 타격도 적잖다. 정형식이 2차전에 볼넷 2개를 얻어내며 동점 득점까지 올렸지만 끝내기 기회에서 삼진을 당하는 등 5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톱타자 배영섭도 8타수 무안타에 허덕이고 있다. 해결사가 돼야 할 4번 최형우도 2차전 안타 2개를 때렸지만 타점이 없었다. 팀 KS 타율이 1할7푼1리에 불과했다. 2차전 잔루 16개로 역대 KS 최다의 불명예까지 안았다.

류중일 감독은 "잠실에서 대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 삼성 전력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삼성이 2년 연속 우승팀의 저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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