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여론공작을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해, 이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체포한 직후 윤 지청장이 팀장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윤 지청장은 앞서 검찰 지휘부에 이들에 대한 체포 및 자택 압수수색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신청과 집행을 지휘부에 보고 없이 집행한 뒤 경질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지청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한 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윤 팀장이) 사전 보고와 결재를 거치지 않았고 '사전 보고와 결재를 거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검찰청법상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계속 (수사와 공소유지 등)업무수행을 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배제시켰다"고 설명했다.
조 지검장은 "(윤 팀장이 앞서) 체포영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내가 '아직 수사상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으니 수사상황을 보고 다시 제대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며 "체포영장 요건이나 절차 등을 따져 봐야하고 사전 보고와 상부 보고도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보고들이 다 누락됐고, (윤 팀장이)검사장 몰래 (영장 신청과 집행 등을)했다"고 덧붙였다.
조 지검장은 이어 "수사 내용을 더 알아보자, 내용을 알아보고 우리가 깊이 숙의를 하자, 숙의를 거쳐서 그 다음에 보고하고, 필요하면 체포영장을 한다는 그런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 지청장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 및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필요성을 지휘부에 보고했지만 지휘부는 일단 반려했고, 이후 윤 지청장이 지휘부와 상의 없이 영장을 발부받고 집행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16일 법원으로부터 대선 개입 관련 트위터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전 심리전단 소속 직원 4명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및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다음날인 17일 오전 7~8시쯤 이들을 체포했지만 이후 국정원 측에서 검찰에 공문을 보내 '기관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국정원직원법은 수사기관이 직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때 미리 통보해야 하는데 이같은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 국정원 측의 주장이다.
이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후 6시 10분쯤 SNS를 이용한 여론공작 활동 등 국정원 잔여 수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원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 업무를 진행 중이던 윤 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윤 지청장이 경질된 직후 수사팀은 앞서 체포한 국정원 직원들을 이날 오후 10~11시쯤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수사팀은 18일 오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변경된 공소장에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SNS 등을 통한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의 경질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 등 절차를 무시하고 2차장 검사와 서울중앙지검장 등 결재 절차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주거지 등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며 "중요사건에 대한 지시 불이행과 보고절차 누락 등 중대한 법령위반과 검찰내부기강을 심각하게 문란케 한 책임을 물어 윤석열 팀장에게 이 사건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또 "특별수사팀은 18일 오전 재차 보고 및 절차를 또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전격적으로 접수했다"며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즉시 보고하도록 특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기자단과 가진 브리핑에서 "사전 보고는 물론 결재 절차도 밟지 않고 아무런 이야기 없이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을 했고, 시간을 다툴 필요가 없음에도 공소장 변경 신청서도 법원에 전격적으로 접수했다"고 말했다.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 차장검사는 "참고로 (이번 사태는) 법무부와 아무 관계가 없다. 수사팀이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지 갈등은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윤 지청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국정원 수사가 더욱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의 이번 체포와 압수수색으로 국정원이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여론조작에도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드러나게 되자 국정원 등이 이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고, 이를 검찰 지휘부가 받아들이면서 윤 지청장의 경질 사태가 일어났다는 해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 정권의 정당성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국정원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 지청장에 대해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의 불만이 팽배해 ‘검찰 조직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당초 윤 지청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할 것을 주장했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수사팀은 결국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는 하되 불구속 처리하되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불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