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세계를 이끄는 G2 강국일 뿐 아니라 한반도와 남북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최우선 순방국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번 베트남 방문은 경제적 측면이 크게 작용해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먼저 택한 나라다.
베트남(V)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 국가에 이어 인도네시아(I) 필리핀(P) 등과 함께 성장 잠재력이 큰 VIP 국가로 불린다. 그만큼 지금 막 개발되고 있고,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 제1의 도시 하노이와 제2의 도시 호치민 곳곳에는 하루가 다르게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끊임 없는 오토바이 행렬은 지칠줄 모르는 '일개미'들의 움직임처럼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왜 베트남을 주목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은 베트남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나아져서 오토바이를 자동차로 바꾼다고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도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기반시설들도 우리 기업인들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호치민을 방문해 동포만찬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부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활발하게 진출해 있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앞으로 IT와 정보통신, 에너지와 환경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산업으로 경제협력의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동포간담회 발언에 한-베트남 관계의 답이 있다.
이미 두 나라는 2012년에 교역규모가 200억불을 넘겼고, 이번에 정상회담을 통해 2020년까지 무역규모를 700억달러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아세안 국가들과 우리가 FTA를 체결하고 있지만 내년에 한-베 양자 FTA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돈만 벌어가는 곳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가 베트남 발전과 베트남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공헌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베트남 발전에 기여하고 베트남이 한국경제에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도 적확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호치민 전 주석 묘소 참배는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요구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개입됐던 그들의 아픈 과거를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에 오기 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거기서 최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 수용소를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베트남에서 한 발 더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