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서는 곧 장외투쟁 한 달째를 맞는 민주당의 양자회담 공세를 피할 수 있게 됐고, 새누리당으로서는 박근혜정부 첫 정기국회의 초반부에서 정국을 완전히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서울광장에서 진행해 온 천막투쟁의 결실을 거두지 못할 위기에 처했고, 당장 통합진보당과 선긋기에 나서는 등 어려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위 '이석기 사태'를 통한 이같은 여야의 손익계산은 단기적일 뿐 장기적으로는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치러진 총선 이후 '종북' 딱지가 붙은 통합진보당 수사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또, 이번 사건과 별개로 국정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점에서 여권이 이를 그냥 덮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여권내 안보파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헤게모니를 잡고 가겠다는 시도를 계속할 경우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며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냉전이데올로기 이슈가 중요 아젠다가 되는 것은 새누리당이나 청와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석기 사태가) 굉장히 상상도 못하던 일이니까 여기에 쏠려 있지만 결국은 냉전 이데올로기 국면으로 가게되면 여야가 첨예하게 맞부딪치게 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구태정치로 보고 염증을 느끼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민주당도 최근 강경모드로 가는게 내부결집 효과를 가질 수는 있지만 외연을 좁히는 것"이라며 "만약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면 오판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이 새누리당을 유리하게 만드는 국면은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정치적 사건이라는게 1년이 다르고 2년이 다르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 위원은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이번에 새누리당이나 청와대는 국정원 문제를 털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보기에 최소한 동의하고 할 수 있도록 (국정원 개혁을)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다른 사건으로 덮어버렸기 때문에 국정원 문제의 수명을 길게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선거국면이 되면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나 그 이후에 야권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원래 새누리당이나 여권이 답해야 할 (국정원 관련) 문제가 덮혔으니까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것 때문에 야권이 장외투쟁을 풀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당장의 실익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정원이 필요하다는 정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 문제와 별개로 국정원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것 때문에 여권이 판을 흔들어서 끌고갈 힘이 생겼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즈덤센터 황태순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은 절대적으로 당분간은 여권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당분간은 의도했던 아니건간에 '신공안정국'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다만, 현역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놓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현재 수사과정에 있고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문제니까 정치권이 끌고 안끌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 문제를 가지고 여야의 장단기 이익을 따지는 자체가 좀 현 상황과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