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업들이 어린이집 대체 수단으로 주고 있는 보육수당을 없애 어린이집 설치를 독려한다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맞벌이 부모들의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복지부, 기재부, 고용부, 여가부, 국방부, 국토부 등 6개 정부 부처는 10일 공동 브리핑을 통해 직장 어린이집의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예산 지원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들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단,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여의치 않은 기업들의 경우 보육수당을 지급하거나 민간 어린이집에 위탁해서 대체하도록 해 왔다.
2012년 9월을 기준으로 의무사업장 919곳 중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359곳(39.1%)에 불과하다.
나머지 253곳(27.5%)은 보육수당으로 대체하고 있고, 71곳(7.7%)은 민간 어린이집에 위탁해왔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미이행 기업도 236곳(25.7%)나 된다.
정부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점차 의무화하기 위해 보육수당은 당장 내년부터 없앤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육수당은 국가의 무상보육이 실시됨에 따라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직장인들이 이중 혜택을 받는다는 논란도 있었던 만큼 이를 없애고,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쪽으로 유인하려는 조치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기까지는 상당한 준비 기간이 소요돼 당분간 공백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평균 보육료의 절반 이상으로 월 11만원~19만원 정도의 보육수당으로 받고 있던 직장인들은 돈도 못받고, 직장에 어린이집이 설치되기를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어린이집 설치도 안하고, 보육수당을 안 주는 기업도 많은 상황에서 나름 성의를 보인 기업에 보육수당을 무작정 없애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대기업 입장을 대변해 근로자의 혜택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정부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했던 보육수당을 일방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중소기업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올 소지도 있다.
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이 아닌 근로자 500인 이하의 중소기업 중에도 보육수당을 자발적으로 지급해온 곳이 많은데, 정부가 이를 강제로 없애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의무 사업장들에 한해서 보육수당을 폐지한다는 뜻이다"면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육수당을 주는 경우에는 이를 막거나 하지 않는다"고 한 발 물러섰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제재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의무 기업들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아도 조세나 경영상 불이익은 없다. 단지 미이행 기업 명단을 외부에 공표하는게 전부이다.
정부는 미이행 사업장의 명단을 관계부처 홈페이지에 1년간 게재하고, 5개 이상 일간지에 의무 게재하는 등 공표를 지금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들이 보육수당을 끊고, 어린이집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에도 명단 공표 외에는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수당을 없애는 측면에서 당장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 명단 공표 등을 강화해서 어린이집 설치를 담보해나가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