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가망이 희박한 환자들에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및 완화 치료 등으로 진료 선택의 폭을 넓히라는 정부의 권고가 나왔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는 지난 6개월간 활동을 통해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초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논의를 위해 의료계, 종교계, 윤리계,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추천한 11인으로 구성돼 활동해 왔다.
이번 권고안에는 임종기의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중시해 진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권고안에는 모든 환자는 적절하게 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앓고 있는 상병(傷病)의 상태와 예후 그리고 시행할 의료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고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수없이 많은 생명과 건강에 도움을 준 의학과 의료가 오히려 임종 기간을 연장할 뿐인 사례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함께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해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정당한 결정을 존중하여야 한다.
정부와 사회도 환자가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도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 유리벽 너머로 가족들과 떨어져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환자는 퇴원해 호스피스나 자택 등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 권고안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하는, 즉 의학적으로 임종기(臨終期)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통증 조절이나 영양 공급, 물 공급, 단순 산소 공급 등 일반 연명의료는 중지할 수 없지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전문적인 기술과 장비가 필요한 특수 연명의료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환자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권고안에는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를 존중, 환자가 현재 또는 곧 닥칠 상태에 대하여 충분히 정보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를 명시적 의사표시 방법으로 권유하고 있다.
더불어 충분히 정보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는 담당의사(또는 병원윤리위원회)가 진실성을 확인하면, 환자의 뜻으로 인정한다.
환자의 명시적 의사는 없지만 예전에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가 있거나 배우자 등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뜻에 대해 일치하는 진술을 하는 때에는 의사 2인(또는 병원윤리위원회)이 환자의 뜻으로 인정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권고안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직접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해 제도화가 안돼 있어 의료인이나 병원도 법적인 부담을 느꼈고, 환자 본인이 의사 표현을 충분하게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선진국에는 임종기 환자들이 자신의 마지막 진료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위원회는 이같은 안을 토대로 연명의료 중지에 관한 입법을 권고했으며, 오는 29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안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