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이른바 벤처 생태계가 형성된지도 15년이 지났지만 현재 벤처 산업에는 돈이 돌지 않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벤처창업에 투자(엔젤투자)를 하고, 투자한 자금이 다시 현금으로 회수가 된 뒤 다른 벤처로 재투자되는 이른바 ''자금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돈 줄이 마른 벤처 자금생태계를 뚫어주기 위한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일단 막힌 벤처 자금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3조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각종 벤처 관련 보증과 재창업자금 융자, IT지원 사업 등에도 5천억여 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 M&A, KONEX 통해 막힌 돈줄 뚫는다
특히 이번 정부대책은 벤처기업이 어느정도 성장하면 인수합병이나 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는 벤처기업의 기술을 흡수하기 위한 인수합병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데다, 유일한 자금회수 방법인 코스닥 상장에는 평균 14년이 걸려 자금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금회수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투자자금이 재투자되지 못하고 돈 줄이 마른다.
정부는 이에따라 벤처기업을 원활히 사고 팔 수 있도록 벤처기업 인수합병 거래정보망(mna.go.kr)을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M&A거래정보망 운영에 회계법인과 해외 컨설팅사 등의 참여를 확대하고 중개기관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할 경우 계열사 편입을 3년간 유예해 그 기간 동안 공시의무를 면제해주고, 중소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해 중소기업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3년 동안은 중소기업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반면,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수위가 한층 강화된다. 기술 유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때에도 최고등급(60점→100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오는 7월에는 기술 벤처가 중심이 된 제3의 주식시장, 코넥스 시장이 개설돼 코스닥 진입이 어려웠던 벤처기업들의 자금회수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 회수자금 재투자하면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 부여
이렇게 회수된 자금을 벤처에 재투자하면 처분시까지 양도소득세(10%) 부과 보류, 투자금액 5천만원까지 소득공제 비율 50% 확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조성된 ''카카오 청년창업펀드''(300억원)처럼, 성공 벤처기업 등이 후배 청년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 정부가 함께 출자해 재투자를 통한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벤처 1세대 등 ''한 번 성공해본 사람'', ''그래서 제대로 아는 사람''이 벤처투자에 나서야 투자 중심의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정책이다.
실패한 기업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재도전기업 전용자금도 2017년까지 1천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1천억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도 별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7월부터 제2금융권까지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것도 기업 재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앞으로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당초 6조3천억원에서 10조6천억원으로 확대되고, 현재 2천6백여명 수준인 엔젤투자자도 2017년에는 1만2천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5천~1만여 개에 달하는 벤처기업이 각종 투자 자금의 혜택을 받게 되고, 벤처기업의 매출과 고용도 5년 뒤 각각 1.7%p와 0.8%p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