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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레미제라블> 그들에게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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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무덤덤한 시민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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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이 영화와 음악, 출판계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미제라블은 은쟁반을 훔쳤다가 회개한 장발장의 이야기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레미제라블을 제대로 읽는 계기가 되고도 있다.

186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민중의 비참한 삶과 혁명에 뛰어드는 민중, 그 혁명의 실패와 혁명의 실패를 힐링할 수 있는 인간 사회의 힘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5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이다.

우리나라에 들어 올 때 민중과 혁명의 장면은 잘라내고 ''장발장''이란 제목의 아동용 축약본으로 먼저 보급되었기에 방대한 소설이 지금껏 1권짜리 얄팍한 아동소설 대접을 받아온 것.

소설 <레미제라블>은 1985년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만들어져 영국 뮤지컬의 본산 웨스트엔드에서 최장수 공연 기록을 세웠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페라의 유령=""> 다음으로 높은 공연 기록 횟수를 보유하고 있다.

관객들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저 민중들의 노래가 들리는가?)라는 합창 부분을 많이들 기억한다.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고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돼 울릴 때/ 내일이 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리라"

이 노래는 중국 천안문 항쟁 때도 시위대 속에서 애창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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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 시대에 레미제라블인가?

레미제라블의 돌풍은 제작상의 우수함 외에도 시대가 공감할 상황에 이어져 있는 듯하다. 경제위기로 짊어지워진 힘겨운 삶, 사회양극화로 기득권층만이 배를 불려가고 민중의 삶은 비참해져가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모순, 이것을 두고 지구촌에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민중의 갈구가 곳곳에서 분출했다. 그리고 실패도 했다.

그런 갈구와 경험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레미제라블>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찾아보게 하는 모양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 과정과 결과가 겹쳐지고 있는 듯하다. 대선에서 뭔가 뒤집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대했지만 실패하고만 절반의 경험이 <레미제라블>을 찾게 만드는 건 아닐까.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장면 중에는 속으로는 혁명을 바라지만 결국 외면하는 소시민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혁명에 나선 청년학생들을 바라보며 실패해 지금 겨우 누리는 빵 한조각의 삶마저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슬그머니 창문을 닫고 민중의 분노와 혁명을 외면한다. 그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격려해줬다면, 문을 열고 나와 줬다면….



◇ 여기, 21세기 한국의 레미제라블을 어쩔 것인가

쌍용자동차에서는 무급휴직자 455명 복직에 노사가 합의했다. 모두 잘 됐다 한다. 쌍용자동차에서 사람들이 쫓겨나고 숨져갈 때는 왜 저리 시끄러워 하며 창문을 슬그머니 닫았던 우리 사회, 우리 언론들이 잘 된 일이라며 환영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만 억누르던 정부도 한시름 덜었다고 좋아한다.

쌍용차의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는 아무런 진전 없이 비참한 사람들, <레미제라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비극의 밑바탕에 깔린 쌍용차에서의 회계조작 등 부정비리 의혹은 국정조사없이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 과연 무엇으로 이 불의한 시대에 정의를 세울 수 있을까?

1월 20일이면 용산참사 4주기이다. <레미제라블>을 보며 ''참 슬프고 딱하다''. 혁명의 청년들을 응원하고 장발장을 응원한다. 하지만 영화관을 나선 이후에는 어떨까? 창문을 닫고 돌아서는 무덤덤한 시민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건가.

혁명이란 창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얽혀 들어가는 것이다. 장발장이 자신의 피해와 희생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얽혀 들어가듯 사람들에게 얽혀 들어가는 것, 이웃의 비참함과 고통에 놀라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 그렇게 얽혀 들어가는 것이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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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선거운동하고 투표했는데 결국 실패했다고 창문을 닫아버리지 말자. 이 고단한 시대에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거기에 찾아가 쓸고 닦고 손을 잡아주고 어루만지고,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시민들이 그리로 몰려가면 야당이 갈 거고 야당이 가면 여당도 간다. 왜 살아 있으면서 죽은 척 하나?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장발장을 감화시킨 비앵브뉘 미리엘 주교이다. 작품 속 미리엘 주교는 주교로 임명되고 주교관으로 거처를 옮기는데 당시 주교관은 대저택이었다. 그는 며칠 뒤 자선병원 원장을 설득한다.

"당신 병원에는 방이 대여섯 개 밖에 안 되는데 사는 사람은 26명이요. 우리는 3사람이 사는데 집은 60명이 들어가도 남아요. 이것은 잘못입니다. 바꿉시다. 여기가 당신 집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봉급을 가난한 이들과 자선병원의 환자들,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말한다. "의사의 문은 닫혀 있어선 안 된다. 성직자의 문도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문을 열자. ''멘붕''에서 벗어나고 편가르기에서 한 발 물러서 모두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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