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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1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문성근 후보의 선거운동 일정을 동행 취재해보니 스타일이 전혀 다를 것만 같았던 두 후보가 실제로는 상당히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단 문재인 후보는 부산 사상에서 문성근 후보는 부산 강서乙에 19대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두 후보의 지역구는 서로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 중핵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는 부산 진구를 곁에 두고 있어 문 후보의 선전에 따라 부산 진갑,을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김영춘, 김정길 후보에게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성근 후보의 지역구인 북강서乙은 경남 김해, 양산과 붙어 있어 부산에서 부는 동남풍을 경남에까지 이어주는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일단 선거운동 복장 부터가 같다.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점퍼에 ''바람이 다르다''고 적혀있는 어깨띠를 둘렀다.
지난 15일 문재인 후보는 모라3동에 위치한 모라 주공 1단지내 경로당을 방문했다. 점심 급식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총선 출마선언을 하고 처음 찾은 곳도 모라동이었으니 문 후보와 모라동과는 이떤 인연이 있는게 분명해 보였다.
이에 대해 문 후보측은 "문 후보가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갖고 있다"며 "모라 주공 1단지는 영구임대 아파트가 밀집된 곳이어서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로당 급식 봉사를 하면서 문재인 후보는 "사상에 노오는(나오는) 문재인 입니다. 참여정부에서 비서실장까지 했고 현재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잘 모셔야하는데 늘 부족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험을 시작했는데 아직 만족할 만한 정도의 혜택은 아닌 것 같다"며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사상구도 크게 발전시키고 서민들을 더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점심 급식을 위해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은 문재인 후보의 인사를 받고는 "열심히 하이소"라는 덕담을 건넸지만 그렇다고 열렬한 호응 열기 같은 것은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문 후보가 같은 건물에 있는 어린이집을 방문하자 2-30대의 보육교사들로부터는 말 그대로 환대를 받았다.
한 보육교사는 문 후보가 어린이집에 들어서자 "직접 뵙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6일 선거운동차 금곡에 위치한 삼진여객을 찾은 문성근 후보는 평소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거수경례를 하며 "신고합니다. 문성근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소리내어 외쳤다. 주먹을 불끈 쥐며 "확실히 바꾸겠다"는 말도 여러차례 했다.
평소 최고위원회의에서 봤던 근엄한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자 "서울에 있다가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내리면 고향에 온 것 같은 푸근한 느낌이 든다"며 "쉽지 않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게 한번 대차게 붙어보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등산화를 신고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는 문 후보는 언행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제 부자들만 해처먹지 말고 서민들도 좀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게 제 꿈"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외지인 아니냐는 지적에도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등 부산과의 인연은 깊다고 할 수 있다"며 "2000년도에 노무현 후보가 출마해 떨어진 북강서乙에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이번 선거에 대한 애착이 큰 듯 했다. 문 후보는 "지금까지 20년간 남의 선거만 도와왔다"며 "국민의 명령 하면서 족히 백만명은 만난 듯 하다. 서민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출신인 탓인지 농어촌인 강서구에서도 문 후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어보였다. 한 어르신은 문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서는 "저는 진짜 문 후보의 아버지인 문익환 목사를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문성근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새누리당 후보들을 멀찌감치 떼어놓고 있다. 선거 초반 제대로 기세를 올린 셈이다.
이런 높은 지지도에 대한 소감을 묻자 두 후보는 입을 맞춘 듯이 똑같은 말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는 "나쁘지 않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고 열심히 하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희망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고 문성근 후보는 "민심은 새누리당을 떠났지만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에 마음은 연 것은 아니다. ''잘 하면 한번 지지해보겠다''는 정도의 기대감일 것"이라고 답했다.
부산 선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두 후보는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비슷한 답을 했다.
문재인 후보는 "부산은 20년 이상 1당 지배 구도가 이어져 왔는데 이번 총선에서 이런 상황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곧바로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고 문성근 후보는 "어쩌면 이번 총선이 노무현이 강조했던 지역구도 혁파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총선에서 부산이 바뀌면 대선이 바뀌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바뀌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