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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들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호텔신라가 재벌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26일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중인 커피, 베이커리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호텔신라, 커피ㆍ베이커리 사업 철수호텔신라(대표이사 이부진)는 26일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중인 커피ㆍ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지도를 통한 소액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아티제 블랑제리 지분도 함께 정리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외국계 커피전문점에 대항하는 토종브랜드로 지난 2004년 유럽형 라이프스타일 카페 아티제를 오픈했고, 2010년부터는 자회사 보나비가 이 사업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아티제 매출은 241억원으로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약 1조 7000억원)의 1.4%였다.
호텔신라측은 이 사업에 오너 일가의 지분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호텔신라는 아티제 철수와 관련해, 사회와 아티제 종업원들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상생경영 모델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 동반성장위원회 주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당시 김과 두부관련 음식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LG그룹 방계회사 아워홈도 순대·청국장 소비재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대표:이승우)은 순대·청국장 사업을 B2C 시장에서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워홈은 지난해 발표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순대·청국장 사업 확장 자제 권고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결과, B2C 시장에서의 순대·청국장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호텔신라 전격적인 사업철수 배경은?재벌기업이 창조적인 사업을 통한 가치창출보다는 손쉬운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호텔신라는 사업철수를 발표하면서 "아티제 매장은 현재 27개로, 대부분 오피스 빌딩에 입주해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대기업의 제과, 외식업 등 영세 자영업종 진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아티제 역시 사회적 논란이 있어 과감히 철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동네상권이나 소상공인 업종으로 인식돼 온 먹거리 사업에 뛰어든데 대한 비판여론이 사업철수의 1차적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특히,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는 와중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비판발언도 한몫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이때에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주 최씨 가문의 경우 흉년에는 어떤 경우에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켰고 그래서 존경을 받았다"며 대기업의 과도한 사업영역 확장 행위를 고강도로 압박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텨봤자 결국 서비스업종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도록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라 결국은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주도의 서비스업종 지정을 통해 등 떠밀려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이미지 관리에도 도움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벌들 사업철수 도미노로 이어지나?현재 소상공인이 주로 운영하는 골목상권에 진출한 재벌기업이나 계열사는 10여곳이 넘는다. 호텔신라가 가장 먼저 사업철수를 선언했지만 다른 재벌기업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삼성계열 호텔신라에서 사업철수를 발표함에 따라 다른 재벌기업에도 연쇄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 업종에 진출해 사업을 진행중인 기업에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블리스 대표와 사보텐(분식), CJ푸드빌 비빔밥, CJ푸드빌과 매일유업 카레, 대명홀딩스 떡볶이체인 베거백, 농심 뚝배기(설렁탕) 등이 대표적이다.
재벌가 2,3세들은 의류에서 부터 기저귀 같은 생활잡화에 이르기 까지 수입판매로 손쉬운 돈벌이에 나서면서 모기업으로부터 매장과 자금지원 같은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의 유무형적 후원을 받아 골목상권 뺏기라거나 상생을 외면하다는 비판의 타깃이 되고 있어 해당 업체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