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면서 실제로는 노동자인 ''특고''(특수고용근로자)들은 자신이 특고라는 사실을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거나 근로자이면서도 단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박봉에 과중한 업무에 내몰리거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했던 이 모(43)씨도 특고임에도 노조를 결성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되는 일이 많았다.
"손님이 (나를) 거부한다고 해서 뒤로 밀리고 그러다 보면 나보다 뒷순번이던 비조합원 경기보조원이 먼저 일을 나가게 되는 거죠. 아무리 새벽 일찍 출근해서도 2부 꼴찌로 일을 나가는 날이 많았어요."
심지어는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사측의 감시 때문에 비조합원 동료들과도 자유롭게 지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회사직원이나 조장이나 서로 모르는 척 아무 일 없었다는 척 그래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막상 우리랑 얘기하는 걸 회사 측에 들켰다 그러면 불려간대요. ''''왜 걔랑 얘기 했어'''' ''''걔랑 친하게 지내지마라''''…우리와 접촉을 했다고 해서 그 친구를 아예 왕따를 시키는 거죠. 그러면 우리도 그 친구한테 무슨 불이익이 있을까봐 조심스럽죠. 불려가서 욕먹거나 벌당(벌당번)도 많이 주고 하니까."
그녀는 지난해 42세 정년에 걸려 결국 해고됐다.
그런가 하면 특고 노동자 가운데는 노조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있다.
서울의 한 유명 학습지 교사는 노조 일을 한 죄로 사측으로부터 한 달 넘게 온갖 해코지를 당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인정한 노조를, 사측은 ''개인사업자들이 무슨 노조냐''며 탄압했다는 것이다.
"사측에서 동원한 사람들한테 온갖 협박성 문자와 전화를 받았죠.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먹고살기 힘들다. 밤길 조심하라 이런 협박부터 시작해서 생활을 못할 정도로 왔어요. 수업시간이건 새벽에 잠을 잘 때건 가리지 않고 전화가 울리는데 발신번호 보면 6666, 4444 이런 걸로…가족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무서워서 떨어야 했고…"
결국 그는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로 30여건의 소송을 당했는데 지난해부터는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소송이 병합되면 지금은 소송이 10개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많을 때는 한주에 하루도 안 빼고 검찰 청사나 법정에 출두했어요. 그리고는 15년 된 중고차도 압류하더군요. 제 월급은 아직도 모두 압류 당해 있어요. 일반 노동자는 압류당해도 월급의 50%밖에는 손을 못댄다는데 우리 같은 특고는 100% 압류당하는 거죠. 집사람이 버는 것으로 살림살이는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투쟁은 한마디로 자신들이 노동자는 걸 회사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은 그나마 이런 노력이라도 했지만 대부분의 특고는 자기가 특고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한 유명 베이커리회사의 물류 운송업자는 "저는 둘 다 아니에요. 저는 오로지 그냥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일뿐이지 사업자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눈 뜨고 자고 일어나면 내 생계를 책임지는 거지, 그런 복잡한 것까지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저었다.
이러다보니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특고들은 자신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아무런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 작가로 6년째 일한 A(28)씨는 막내작가 시절 한 달에 한 번 쉬며 하루 많게는 15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월급 60만 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언니들이 김밥 같은 거 사오는데 편집하는 책상 옆에 있어도 편집하느라 먹을 새가 없어요. 하루 종일 굶다가 밤에 먹고…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먹는 것도 불규칙해서 일하다가 링거 맞고 온다던가 복통이 심해서 약을 먹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근데 병원비나 이런 게 지급이 안 되기 때문에 선배들이 도움을 주거나 하는데 대부분 본인이 병원비를 다 대야 하죠."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주변에 자살하는 동료 작가도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저희는 그걸 다 이해했어요. 왜 자살을 했는지, 이해를 못 할 작가는 없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용계약 없이 3.3%의 사업소득세를 내는 특고임에도 그녀 역시 자신의 신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에게 "저희도 노조가 있어서 하소연 할 수 있고 피해가 있을 때 보상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특수고용직인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특수고용직인 경우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사실 특고는 기업이 근로자의 사회보험과 부가임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고안해 낸 개념으로,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탓에 호칭부터 생소하다.
특고의 명칭이 어쨌건 특고는 이미 부지불식간에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서비스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다.(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