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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오던 이명박 대통령이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일본측에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나서 군 위안부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 대통령이 강경하게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한 것은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데다 수요집회 1천 회를 고비로 위안부 문제해결을 바라는 국민적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에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작심발언을 쏟아 냈다. 노다 총리의 모두발언에 이어 시작된 이 대통령의 위안부 발언은 회담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됐다.
발언의 수위도 아주 높았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가 인식을 달리하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거나 "법 이전에 국민정서와 감정의 문제이다" "총리가 직접 해결하는데 앞서 주기를 바란다" 등 발언내용이 직설적이면서도 강경한 톤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중 한일 정상외교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원론적이면서도 우회적인 화법을 주로 구사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은 파격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일간에 정상급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렇게 거론한 것은 처음"이라며 "실무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차원에서 한일간의 관계를 위해 결단을 해야될 문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해결에 적극 나설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부는 대일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새로운 명분이 생겼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1천회를 맞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평화비의 철거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고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국내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에 대해 노다 총리가 평화비 철거 요구로 맞대응하는 등 양 정상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달은 것은 국내 정치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10.26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부터 여당인 한나라당의 혼란과 청와대를 향한 쇄신요구가 분출하고 있고 친인척 비리가 잇따라 불거져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에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굴욕외교란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대일 발언은 예상외로 강했다"며 "국내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발언 수위를 높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 대응에 나섬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의 최대이슈로 부상했다. 노다 총리는 이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자 "우리도 인도주의적 배려로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 측이 지금까지 해오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평가하면서 "어떤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