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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휘발유를 도입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정부의 발상이 갈수록 비현실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일본 J정유사 휘발유 200ℓ를 가져와 환경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국산 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국산과는 달리 발암물질까지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의 환경기준을 낮추지 않는 한 일본산 휘발유는 수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14개 일본 정유사 기름의 세전 소비자가격도 국산보다 12~2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1996년부터 우리나라 휘발유를 수입해서 사용할 정도로 외국에 수출할 휘발유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휘발유를 해외로 수출할 송유관 같은 SOC도 전혀 구비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품질도, 가격도, 수출여건도 되지 않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일본산 휘발유 수입 구상을 우리정부는 좀처럼 버리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일본 정유업계 선두인 J사의 휘발유가 품질이 떨어진다는 환경부의 보고를 받고 다른 회사의 휘발유의 품질도 조사하라고 최근 지시했다.
이에따라 환경부는 울며겨자먹기로 6개 정유사의 휘발유를 추가로 구해 품질을 분석한데 이어 동절기용 휘발유 5종류의 품질을 분석할 것을 국립환경원에 의뢰했다.
일본산 휘발유 수입 구상이 지난 7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내 석유시장 경쟁촉진 회의''에서 결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환경부로서는 윗선의 지시를 거역하기 힘들었다는 전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2008년에도 일본산 휘발유 품질을 분석한 결과 수입할 상황이 아니어서 (계획을) 접었었다"며 "그럼에도 위에서 의지가 강하니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일본산 휘발유 수입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 규제를 완화해가면서까지 수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왜 이렇게 일본 휘발유에 집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은 상황임에도 정부가 일본산 휘발유 수입에 집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정유업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상식에서 벗어난 결정이었다"며 "국내 정유사들을 어떻게해서든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포퓰리즘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꼬집었다.
정부 당국이 휘발유 가격의 요체인 세금은 한 푼도 깎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휘발유 가격을 내려 보겠다는 비현실적인 욕심을 고수하면서 국가 정책의 신뢰도에 갈수록 금이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산 휘발유의 환경성 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 측은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이번 사안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지경부에서 기름값 인하대책의 일환으로 다각적인 방안중 하나로 연료의 환경기준 완화필요성 제기함에 따라 과학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환경 기준완화 여부를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의 지시를 받아 추가 시료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부 책임 하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