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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비리 단속, 파리채부터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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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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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 공정 사회의 ''불공정 친인척들''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손위 동서의 동생 사건이다. 부인 김윤옥 여사 형부의 동생인 황 모 씨가 대통령 친인척임을 내세워 빌린 돈을 갚지 않은 혐의. "내 친형이 대통령과 동서지간이고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는 이야기를 훈장처럼 달고 다녔다 한다. 이 사람은 대통령 친인척을 내세워 사고를 친 게 이번이 두 번째이다.

보름 전쯤엔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 형과 그 두 아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이름을 내세워 4대강 사업 투자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이다.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혹은 취임 초인 2008년,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로비 의혹 사건이 시작이다. 그 뒤로 셋째 사위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 사건이 이어졌다. 그래서 2008년 9월 인사에서 청와대 친인척 담당 전담 관리팀을 보강하기로 했다는 발표까지 나왔으나 친인척 관련 의혹비리가 가라앉지 않았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세방학원(서일대 재단) 이사의 청탁으로 청와대 친인척 관리팀이 학교 내부 분쟁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통령의 이종 9촌 조카가 연루된 하도급 사기 사건 등 야당이 제기하는 친인척 비리는 6건이다.

◇ 역대 대통령 친인척 ''비리 열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에 거부감이 무척 강했다고 전해진다. 대신 처가 쪽에는 관대한 편이었고 청와대에서 장모를 모시고 살기도 했다. 대통령의 종친들은 청와대 출입 자체가 금지돼 장조카인 박재홍 씨만 겨우 청와대에 들어가 종친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보고하는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누이 두 명 중 박 전 대통령을 업어 키웠다는 작은 누이 집에 청탁꾼들이 몰려든다는 정보가 올라오자 아예 경찰을 배치해 감시토록 한 일화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는 친인척 비리의 전성기로 불린다. 워낙 의리를 앞세우고 주변 사람들을 손 크게 챙겨주는 성격이 반영된 듯하다.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 씨가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사기사건''에 연루되었던 게 대표적인 사건. 큰형 전기환 씨는 노량진 농수산물시장 강탈사건으로 옥살이, 동생 전경환씨는 경찰 인사청탁 비리, 새마을운동본부 비리로 떠들썩했다. 이밖에도 사촌, 조카, 처남 등 숱한 친인척들이 인사 청탁과 탈세혐의, 공금횡령 등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역으로 이용해 자신의 신선한 이미지를 가꾸었다. ''보통 사람'' 선언에 이어 ''친인척 절대 배제'' 선언을 내놓은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믿을만한 친인척 몇 사람으로 ''청와대 내 청와대'', ''청와대 가족회의''를 꾸려 권력을 공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아버지나 다름없는 삼촌이 있었고 기업체 사장인 동생 등 사회에 진출한 여러 친인척들이 있었으나 의외로 조심스레 조용히 지냈다. 청와대 가족회의 멤버인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씨와 동서인 금진호 씨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한 게 특징. 박철언 씨는 다음 정권인 문민정부에서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친인척 정치 금지''를 대원칙으로 내세웠다. 당선 직후 상도동 집에 친인척 50 여명을 모아 놓고 "이제 보나마나 당신들에게 돈 싸들고 와 알랑거리는 똥파리들이 접근할 것이다. 조심하라, 그 돈은 독약이다. 단돈 100원만 받아도 구속시켜버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친인척 비리는 드러난 것이 없으나 차남인 김현철 씨가 ''아버지의 뜻''을 내세워 정치에 너무 깊이 개입해 구속되고 국회 청문회도 열리면서 빛이 바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대통령친인척부당행위금지법 등 ''3금 법안''을 선거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뒤엔 대통령의 친가는 8촌까지, 외가 쪽은 4촌까지 700여 명을 대상자로 뽑아 관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400명 정도를 뽑아 4개 그룹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권 초기에 세 아들 부부를 앉혀 놓고 가족예배를 드리며 올바른 처신을 당부하기도 했으나 친인척 비리 파문을 피해가진 못했다. 대통령 처조카의 금융계 낙하산 인사 파문을 시작으로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된 이른바 ''홍삼트리오'' 사건으로 비난을 받고 상처도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친가의 8촌, 외가의 6촌에 사돈과 종친회까지 포함된 900여 명에 이르는 친인척들을 대상으로 상시 관리시스템을 운영했다. 친인척의 주거지를 표시한 친인척 지도까지 만들어 관리하고 관련 서류가 캐비닛으로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아들 문제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 2003년 3월에는 민정수석실 산하에 기존 팀 말고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반''까지 설치했다. 대통령 친인척이 "대통령 되어 해준 게 있기는커녕, 오히려 친인척의 앞길을 가로 막는다"고 울면서 따졌다고도 하고, 청와대 직원들도 수시로 내사를 받고 해명서를 제출하며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친형인 건평 씨. 장관 청탁 로비 의혹을 받았는가 하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했다 구속됐다. 건평 씨의 맏사위도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 비리가 드러났고, 건평 씨의 처남도 비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결국 건평 씨가 기업체 사장의 ''유임''을 부탁한 일로 노 대통령이 공식적인 기자회견 석상에서 인사청탁을 비난했고 당사자가 그 충격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곤경에 빠뜨린 사건 중 하나. 그 이후는 건평 씨 집 주변에 24시간 경비를 두고 감찰을 벌였다고 한다.

◇ 파리채부터 꿰매야 할 친인척 비리 단속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정권의 남은 임기이다. 취임 초기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이 벌어졌을 때 시스템을 정비하고 철저히 단속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면 안했든지 대충 했든지 둘 중 하나이다. 청와대 내부와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해야 할 민정, 감찰부서부터 미덥지 못하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는 여당으로부터도 부적격이라 비토 당했다.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가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관련된 청와대의 비서관이 옷을 벗었다.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이 함바식당 뇌물비리에 걸려들었다. 이러니 그 밑 행정관 쪽에 탈이 없을 리 없다. 청와대 행정관의 성접대 사건, 성금 강요 사건이 터져 나왔지 않은가. 강직하고 엄정한 인물보다 측근과 인연 위주로 진용을 짜니 그러한 것이다.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주창하고 반칙과 편법이 횡행하면 법의 지배가 어려워진다고 강조하면서 청와대 내부와 친인척들을 이대로 놔둘 순 없다. 정 자신이 없다면 공직비리수사처를 두고 청와대와 친인척을 법 앞에 발가벗겨 세우면 된다.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힘이 집중되었고, 부패비리를 걸러내는 시스템도 미흡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정권마다 곤경에 빠지고 비판 받고 처벌을 받아도 변함없이 대통령 친인척 주변에 사람들이 꼬여든다는 것은 뭔가를 챙길 수 있거나 챙길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낮은 민도도 권력자 친인척 비리를 떠받치는 한 기둥임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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