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경질당한 알렉세이 쿠드린 전(前)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에도 ''장외 설전''을 이어갔다.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앞서 24일 ''푸틴 대통령-메드베데프 총리''로 결정된 차기권력구도에 반기를 들고 "메드베데프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지 이틀 만에 전격 경질됐다.
쿠드린은 "(메드베데프와) 나의 이견이 그의 내각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고 사퇴 표명 배경을 설명하면서 특히 군사비 지출 확대 등을 결정한 메드베데프대통령의 정책이 재정 수지를 악화시킨다고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쿠드린 장관 경질에 앞서 "나와 이견이 있으면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쿠드린은 경질 하루 뒤인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2012년 구성될 새 내각에서 내 자리가 없다"고 한 발언은 심사숙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여러 차례 반대했음에도 예산정책 분야에서 명백히 예산집행의 위험을 키우는 결정들이 취해졌다"며 "국방과 사회 분야의 지출을 늘리는 것과 연관된 예산 위험은 반드시 국가 전체 경제로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올 2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사퇴 문제를 상의했었다"며 "당시올해에는 예산 집행과 선거 등이 겹쳐 있는 민감한 시기라 사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쿠드린 장관 경질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은 이날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주(州)에서 펼쳐진 군사 훈련을 참관하고 군부대 지휘관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군사비 지출은 정부 활동의 최우선 순위가될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인사는 일자리를 바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드베데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이자 핵무기를 가진 대국으로서 그에걸맞은 국방비 지출은 불가피하다"며 "예산집행 차원에선 안타까울지 모르지만 국방과 안보를 위해선 큰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러시아는 국방력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면서 "국내외 일부 세력이 바라듯 만일 우리가 약해지고 우리 군대가 무너져버리면 러시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자신의 최측근에 해당하는 메드베데프와 쿠드린 간의 불화에 대해 침묵을지키던 푸틴 총리는 이날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지금은 온 나라가 아주 긴 선거운동과 논쟁의 시기에 들어섰다"면서 "모두가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기강과 책임감을 높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 지도부 내에서 불화와 반목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발언 뒤 총리는 곧바로 재무차관 안톤 실루아노프를 장관 대행으로 임명하고, 이고리 슈발로프 부총리에게 쿠드린이 겸임했던 재무 담당 부총리직을 맡겼다.
총리는 "이같은 결정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조율된 것이며 공통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쿠드린 경질 사건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사이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란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