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제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10월 4300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던 금값은 단기 조정을 거쳐 3901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했습니다.
금값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의 연간 금 매입량은 최대 600톤 수준이었는데요. 2022년 이후 매년 1000톤 이상 사들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전 세계가 러시아의 자산 동결을 시작한 시점입니다. 러시아가 해외에 보유한 자산 약 3천억유로(약 514조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죠.
그러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달러 결제 시스템과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제재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사실 자체는 의도와 무관하게 다른 국가들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이제 외환보유액을 단순히 '얼마나 보유했냐'보다 '어디에 있고 어떤 형태로 보관돼 있는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금이라는 자산에 회의적인 대표적 인물입니다. 이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안전자산으로 불리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금값의 변동성도 작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달러나 미국·유럽의 국채도 못 믿겠고, 이제부터 믿을 건 금밖에 없으니 내 금고에 금을 쌓아두겠다는 것이죠.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다 보니 금값 상승이 시작됐습니다.
연합뉴스금값은 2021년 말 1827달러에서 2022년 말 1826달러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2023년 말 2071달러로 사상 첫 2000달러를 돌파했고요. 2024년 말에는 2641달러로 역사적 고점을 높였습니다.
금값은 올해만 70% 넘게 치솟으며 4560달러도 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달러와 미국채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금값은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실제 올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비중은 24%로 미국채(23%)를 역대 처음으로 넘어섰고요.
따라서 이제 금은 '유일무이'한 안전자산의 지위를 확보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연구원은 "러시아 자산 동결 사태는 금을 둘러싼 이런 역할 인식을 중앙은행 차원에서 다시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며 "그 영향은 시장 포트폴리오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디지털 금'이라는 평가받던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12만 6천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이후 조정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달 들어 9만달러선도 내주며 고점 대비 30% 넘게 하락한 8만달러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이지만, 금과 달리 중앙은행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로 제도권에 편입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급 측면에서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연합뉴스iM증권 양현경 연구원은 "금과 비트코인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수급 구조의 질적 차이에 있다"면서 "비트코인은 ETF 도입 이후 기관 자금 유입으로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됐지만, 수급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트코인은 기관과 개인에게 '장기투자' 대상이라기보다 상대적인 수익 추구를 위해 매매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레버리지가 최대 125배에 달하는 파생상품 시장 비중이 큰 구조 때문에 가격 조정 국면에서 강제 청산에 따른 연쇄적 매도가 터져 나올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