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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교 인문사회관 강의실에서 김순녀(가명, 54)씨를 만났다.
몇 차례의 전화 끝에 어렵게 만든 인터뷰 자리다. 152cm의 왜소한 체구의 김 씨는 앉자마자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귀에 이명증이 있어서 휴대폰 소리를 잘 못 들었어요. 여러번 전화를 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자리에 앉는 자세도 뭔가 부자유스러웠다.
''''얼마 전에 허리를 삐끗했어요. 쓰레기차에 자루를 들어다 얹다가 순간적으로 무겁다는 생각을 까먹어서 번쩍 들려다가 그만...요새는 이렇게 가끔씩 깜빡 하는 일이 많아서...''''
그 사고 이후 그녀는 복대를 차고 청소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인문사회관 강의실, 화장실, 복도, 휴게실 등을 청소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알 수 없다. 말이 강의실 청소지 170개나 되는 책걸상이 들어있는 강의실 몇 개만 청소해도 허리가 성한 사람들도 나자빠진다고 한다.
때 이른 무더위에 복대까지 차고 일을 하다 보니 피부에 땀띠까지 피어오른 상태라고 했다. ''''복대 투혼''''으로 그녀가 받는 월급은 93만원. 각종 공제금을 빼면 87만원이 실수령액이다.
그녀가 아프다고 남들처럼 병가를 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쥐꼬리 보다 적은 이 월급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뭔가를 바랄 수도 없는 처지다.
''''원래는 기술자였는데 신부전증으로 투석을 받기 시작한지 오래됐어요. 지금은 당뇨병에 각종 합병증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누워만 있습니다. 남편도 저를 안쓰러워하지만 자기 몸도 성하지 않은 상황이라 남편에게 뭔가를 바랄수도 없어요...''''
끝내 그녀의 두 눈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더 이상 막지는 못했다.
병원비와 약값으로 지출하는 돈만 매월 수 십 만원이라고 했다. 물론 김 씨 자신도 몸이 유일한 자산인 까닭에 이날 이 때까지 잔병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터라고 했다.
''''남들처럼 잘 먹지도 못하니 몸이 제대로 따라줄 리가 없겠죠. 저희 집 뿐만 아니라 가난한 집은 의료비가 더 들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역시나 햇빛 안 드는 반지하 생활이 올해로 25년째라고 했다.
결혼 한 이듬해 반지하로 이사가 지금까지도 지하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하에서 태어난 두 자녀는 어느새 훌쩍 커서 전문대를 모두 마쳤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여서 학비를 면제받았는데, 거기에다 늘 장학금을 타 올 정도로 성실하게 커준 아들 딸들이 너무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여리고 연약한 이 ''''억척녀''''에게 문득 소원을 물어봤다. 그러나 예상했던 반지하 탈출 보다 ''''월급 100만원을 받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미안한 답이 돌아왔다.
늘어난 돈 만큼 적금을 해야지 지하방을 탈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대로는 김 씨의 소원이 성취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지금의 시급 4320원에서 최소 331원이 인상돼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대표들은 영세업체 사장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135원만 올리겠다며 지난 1일 이후 계속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